'트럼프 탄핵론' 불붙나…美민주의원, 하원서 탄핵 공개 촉구(종합)

2017-05-18 04:27

알 그린 "누구도 법위에 있지 않다…모두의 자유와 정의 위해 탄핵 요구"
공화당 아매쉬 의원도 탄핵론 언급…코미 해임-수사중단 압박 파문 확산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론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야당 민주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이 17일(현지시간) 하원 본회의장에서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공개 촉구한 데 이어 집권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이에 공감하는 의원이 나오는 등 벌써부터 탄핵 정국이 조성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알 그린(텍사스) 하원의원은 이날 본회의장 발언을 통해 "나는 나를 뽑아준 유권자들에 대한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오늘 이 자리에 섰다"면서 "이 나라와 미국 헌법에 대한 의무감으로 나는 트럼프 대통령을 사법방해 혐의로 탄핵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린 의원은 "나는 정치적 목적에서 탄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이 나라가 옹호하는 위대한 이상들, 모두를 위한 자유와 정의를 믿기 때문에 탄핵을 요구하는 것"이라면서 "이 나라에는 대통령을 포함해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했다"면서 "우리는 위법 행위가 바로 우리 눈앞에서 일어나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이것(위법 행위)은 명백하고, 이해하기도 쉽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해킹'과 연관된 대통령 본인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던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한 바로 그 대통령에 관해 얘기하는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해임된 FBI 국장에 대한) 협박이나 경고성 용어도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을 그냥 그대로 둘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린 의원은 앞서 별도의 입장자료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에 의해 기소돼야 하는 행위를 저질렀다. 2016년 미국 대선에 영향을 준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 간의 연계성에 대한 합법적인 수사를 방해한 행위"라며 '사법방해'를 탄핵 추진의 사유로 들었다.

미 의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공개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그동안 대중연설 등을 통해 탄핵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거론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공식 석상에서 직설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이런 가운데 공화당 내에서도 탄핵론에 공감하는 의원이 나와 주목된다.

공화당의 저스틴 아매쉬(미시간) 하원의원은 이날 미 의회전문지 더 힐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국장에게 '러시아 커넥션' 관련 수사중단을 요청했다는 이른바 '코미 메모'가 사실을 경우 탄핵감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아매쉬 의원은 또 코미 전 국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어떤 것을 더 신뢰하느냐는 다른 기자의 질문에 "내가 코미 국장한테 더 신뢰가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가 전날 폭로한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중단 압력이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해킹 사건 및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당국 간의 내통 의혹을 수사 중이던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을 전격으로 해임해 '수사방해' 논란을 자초한 데 이어 전날에는 과거 코미 전 국장에게 수사중단을 압박했다는 이른바 '코미 메모'가 터져 나와 궁지에 몰린 상태다.

NYT는 전날 코미 메모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1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코미 당시 FBI 국장에게 러시아 내통설 수사를 언급하면서 '당신이 이 사건을 놔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면서 "이 같은 요청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측근들과 러시아 간의 내통설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법무부와 FBI에 대해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보도했다.

한편 '퍼블릭 폴리시 폴링'(PPP)이 전날 공개한 여론조사(5월12∼14일·692명)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탄핵 관련 질문에 응답자의 48%가 지지한다고 답변했다. 반대 응답은 41%였고, 나머지 11%는 찬반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sims@yna.co.kr

(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