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시아 기밀 유출에 동맹국과 신뢰 흔들리나

2017-05-17 12:38

[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에 국가 안보와 관련한 기밀 정보를 누설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미국과 동맹국이 정보 공유에 있어서 수십 년 간 쌓아온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 CNN 등 외신들은 일부 미국 동맹국 외교관들이 이번 소식을 듣고 미국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CIA 국장인 레온 파네타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마음대로 적국에게 정보를 공개할 경우 동맹의 신뢰를 해치는 심각한 행위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FT는 한 영국의 고위 관리를 인용하여 트럼프 대통령의 기밀 누설로 인해 영국 내에서 가장 민감한 첩보 공조에 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 캐린 본 히펠 사무총장은 “앞으로 어떤 여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반적인 상황은 무척 우려스럽다”면서 “우리의 동맹은 우리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정보를 입수하는 다양한 채널을 관리하고 보호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데 미국은 이러한 면에서 위험에 직면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미국 관리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영미권 공동 감시망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가 이제 미국이 배제되어 ‘포 아이즈(Four Eyes)’가 될 지도 모르겠다며 한탄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트위터로 자신은 떳떳하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와 테러에 관한 “사실”을 공유할 수 있는 “절대적 권리”을 가지고 있다면서 스스로를 옹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동맹국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제 동맹국은 미국과 민감한 정보를 공유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2013년까지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의 사이버 작전을 이끌었던 브라이언 로드는 “백악관이 기밀을 다루는 방식을 둘러싼 우려가 누적되면 영국은 정보 공개 전 미국으로부터 확신을 얻으려고 할 것”이라면서 “이제 미국은 동맹에 정보 공유와 관련해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한 번의 사례로 미국이 동맹국과 깊은 불신 관계로 빠질 것으로 판단하기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고위 관리들의 경우 이번 사건이 유럽 동맹국과의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은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유럽 동맹국의 경우 미국이 입수한 정보를 얻어가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에 미국과 정보 공유에 주저할 경우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다만 미국의 중동 동맹국에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누설한 이번 정보는 중동 내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이스라엘로부터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즈(NYT)는 이스라엘은 이 정보를 미국에 넘기면서 기밀유지에 주의해달라고 당부한 만큼 미국과 이스라엘이 외교 갈등으로 불거질 소지가 있다고 전했다.

아직까지 이란 외교부 측은 "미국과 이스라엘은 강력한 대테러 공조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9일 떠나는 중동과 유럽 순방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날 예정인 가운데 두 정상이 어떤 모습을 연출할지 관심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