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화장품이 정말로 화학 화장품보다 피부에 좋을까

2017-05-16 06:13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유해 물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유기농·천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천연화장품이 주목받고 있다.

화장품업계는 자연에서 추출한 성분을 주 원료로 한 천연화장품을 출시하는 동시에 파라벤, 미네랄오일 등 유해성이 우려되는 화학성분을 제거한 5무(無), 혹은 7무 화장품을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천연화장품이 정말로 화학성분이 첨가된 화장품보다 피부에 좋을까.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관계자는 16일 "화장품은 천연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고 화학성분이 포함돼 있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며 "소비자 별로 맞는 화장품이 다 다른데 화장품업계가 마케팅 차원에서 '천연'을 강조하는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천연화장품에는 자연에서 추출한 성분들이 복합적으로 혼합된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여러 성분 중 하나만 피부에 맞지 않아도 알레르기 반응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화장품업계에서 화학물질을 넣지 않았다고 홍보하는 성분들도 꼭 몸에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며 "예를 들어 에탄올은 제품이 피부에 빨리 스며들고 청량감을 주기 위해 사용하는데 사용감 차이밖에 없어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파라벤은 보존제인데 만약 파라벤을 쓰지 않으면 결국 다른 보존제를 사용해야 하거나 짧은 유통기한을 감수해야 한다"며 "다른 보존제가 안전하다는 보장도 없고 유통기한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경우 피부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클 수도 있다"고 전했다.

화장품업계 연구원 또한 "소비자가 직접 만들거나 천연원료, 무보존제 제품이라고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다"며 "천연원료라고 하더라도 피부에 맞는 성분은 사람마다 다르며 오히려 피부에 더 자극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시로 공기나 피부와 접촉하는 화장품의 경우 천연 성분에 집착한 나머지 외부 세균에 대한 방어력을 갖추는 것을 소홀히 하면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천연이든 화학성분이든 그 성분을 정확히 이해하고 내게 맞는 성분인지를 구분해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설탕 대용 합성 조미료인 사카린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도 소비자들이 하는 대표적인 오해 중 하나다.

설탕보다 300∼350배 달면서도 열량이 적고, 가격은 설탕의 40분의1 수준인 사카린은 오히려 설탕보다 낫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1월 사카린의 사용허용 대상 식품에 과실주와 조미건어포류를 추가하는 등 사카린 사용처를 확대했다.

한때 설탕 대체재로 널리 쓰이던 사카린은 1970년대 사카린을 투여한 쥐에서 방광종양이 발견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유해성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국제연구기관이 사카린은 발암성 물질이 아니라는 연구결과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사카린의 장점이 재조명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천연 재료인 설탕보다 사카린이 오히려 더 몸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있다"며 "합성이라는 단어에 대한 거부감을 버린다면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품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인터넷을 타고 퍼져 엉뚱한 오해가 빚어지는 경우도 있다.

최근 인터넷에는 치약 용기의 세로줄 색상이 치약의 내용물이 화학성분인지 천연성분인지를 나타내는 것이라는 정보가 퍼졌다.

검은색은 화학물질, 빨간색은 천연물질과 화학물질, 파란색은 천연물질과 의약품, 초록색은 천연물질을 함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치약 용기 하단 끝에 표시된 세로줄은 치약 제조과정에서 기계가 치약 튜브의 후면을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표시이며 치약 성분과는 무관하다.

센서가 잘 인식할 수 있도록 제조사마다 각기 다른 색을 사용하는데 센서가 검은색을 가장 잘 인식해 검은 세로줄이 많은 편이다.

애경 치약브랜드 2080 관계자는 "치약은 의약외품법에 따라 치약의 효능, 효과가 있는 주요 성분을 표기해야 한다"며 "치약이 함유한 성분은 아이마크의 색상이 아닌 치약 포장 용기에 표기된 성분을 통해 확인할 수 있고, 치아나 잇몸 상태에 따라 효능, 효과를 살펴 고르면 된다"고 조언했다.

kamj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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