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길 시인 세 번째 유고시집 ‘히말라야 뿔무소’ 출간

2017-05-15 23:22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는 과정을 히말라야로 떠나 소를 찾는 것에 비유

[최명길 시인]


아주경제 박범천 기자 = 설악이 낳은 시인, 최명길 시인의 세 번째 유고시집 ‘히말라야 뿔무소’ 가 출간됐다.

‘히말라야 뿔무소’ 는 2014년 타계 직후 나온 ‘산시 백두대간’, 2016년 발간된 ‘잎사귀 오도송’에 이은 세 번째 시집이다.

평소 산을 좋아한 최 시인은 그 속의 생명들과 벗하며 교감한 사유 세계를 불교적 명상으로 시화하곤 했다. 이번 유고시집에는 2005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포행하면서 느낀 내면의 깊은 구도적 성찰과 삶의 반성적 모습이 86편의 굵직한 서정시에 담겨 있다. 또한 안타푸르나를 향해 가면서 보고 느끼고 만났던 사람들을 한 폭의 그림처럼 담겨 있다.

고인이 2014년 작성해 남겨 놓은 시인의 글에는 산을 대하는 자세가 회고적으로 잘 나타나 있는데 이것은 곧 시인의 고유한 시정신으로 점철되었다.

시인은 안나푸르나 포행을 이렇게 술회하고 있다. “나는 순례자의 기쁨에 취했다... 뭔가 새 같은 시의 새가 파닥거리며 내 마음 바다를 휘젓고 다녔다... 때로는 소략한 오만과 무례가 바깥세상과 내 관계를 더 깊이 느낄 수 있고 내 일생의 최대 고비를 한 번 엄혹히 베고 싶었다. 또 어떤 무모함으로 해 그것이 나를 흔들어 깨워 어떤 시적 영감을 줄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도 얼핏 들기는 했다”

시 해설을 맡은 이홍섭 시인은 “ ‘뿔무소’는 해탈과 초월을 함의한 ‘심우도’의 소에 가까우며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는 과정을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한 것처럼, 시인은 뿔무소로 형상화된 본래의 진심과 면목을 찾기위해 선의 정수를 품고 있는 히말라야로 길을 떠났다” 고 말하고 있다.

또 그는 “이번 시집의 주를 이루는 ‘정신의 뼈다귀’('우주의 뿔')를 노래한 시들에서도 감동을 받지만, 시인의 유년 시절의 동심으로 돌아가 ‘고향’과 ‘엄마’를 그리워하는 시들에서 참으로 애련하면서도 애잔한 감동을 받는다” 고 하였다.

한편 1940년 강릉에서 태어나 줄곧 속초에서 시 활동을 해온 최명길시인은 1975년 현대문학에 ‘해역에 서서’등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화접사’ ‘풀피리하나만으로’ ‘반만 울리는 피리’ ‘바람 속의 작은 집’ ‘은자, 물을 건너다’ ‘콧구멍 없는 소’ ‘하늘불탱’ 이 있고, 유고시집으로는 ‘산시 백두대간’ ‘잎사귀 오도송’이 있다.

속초시 영랑호반에는 최명길 시인 시비가 2016년에 건립돼 시인을 기리는 사람들의 발길을 반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