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익의 부동산 인더스토리] 35층 논란과 헌법 제1조...그들은 민주주의의 미숙아인가 악의적 이기주의자인가

2017-05-15 11:35

 


아주경제 김창익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의 한강변 재건축 35층 층고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된다. 대치동 은마와 압구정 지구 24개 단지 등 이해관계 당사자인 재건축 조합들이 지속적으로 반발하고, 그들과 이해관계가 같은 건설업계는 물론 일부 학계와 언론까지 가세한다.

2013년 대책이 발표된 지 4년이 지났고 찬반 논쟁이 불거질 때마다 예외는 없다고 서울시가 연거푸 못을 박아도 해묵은 논쟁이 계속되는 건 전적으로 이기심 때문이다.

50층 이상 층수를 높여야 랜드마크가 되고 더 좋은 조망권이 확보돼 아파트 가격이 올라간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증적으로도 그렇다.

따라서 주민들이 초고층 재건축을 원하고 조합장은 안될 것을 알면서도 밀어부친다. 시공권을 따내려는 건설업체들이 논쟁에 가세하고, 35층 규제가 잠실과 같은 병풍 아파트를 만든다고 경직된 주장하는 학계와 일부 언론이 추임새를 넣는다.

자유시장경제에서 이기심은 나쁜 게 아니다. 경제학의 아버지인 애덤 스미스도 시장경제의 작동원리를 이기심에서 찾았다. 합리적인 경제 주체들이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는 결정들을 하면서 시장이 작동하고 국가 경제가 발전한다는 게 스미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합리적이지 않은 이기심은 나쁘다. 다른 사람의 이익과 상충하며 심지어 다른 사람의 이익을 해친다. 지금 35층 규제에 반대 논리를 펴는 것은 내용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절차상 합리적이지 않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우리 헌법 1조다.

공화국이란 선거를 통해 대표를 뽑는 체제다. 민주란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말로 종합하면 국민이 선거를 통해 대통령 등을 뽑는 정치체제를 말한다. 대통령은 법을 통해 국민을 지배하고, 국민은 헌법을 통해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했다.

박원순 시장은 민선시장이다. 연임까지 했다. 그의 정책을 상대적인 다수가 지지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반대되는 소수는 박원순 시장 체제가 유지되는 한 손해를 보더라도 그의 정책에 따라야 한다. 유시민 작가는 “민주공화국 체제는 보다 훌륭한 대표를 뽑는 게 아니라 다수가 원하는 대표를 뽑는 체제”라고 했다. 다수가 원하는 게 훌륭하다는 의미는 아닐지언정 그 체제에 따라야 한다. 그는 다만 “민주주의의 가장 큰 장점은 잘 못 선출된 대표를 쉽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체제기 때문에 다수의 지지를 받는 민선 시장이 결정한 정책은 재임기간 동안은 따라야 한다. 정책이 결정된 뒤에도 승복하지 않고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반 민주적이며 반 시장적이다. 몰랐다면 시민의식이 미숙한 것이고, 알았다면 악의적인 태도다.

우리는 18대 대선에서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애란 점을 빼면 한국 정치에 아무런 공이 없는 그가 대통령이 된 것은 역설적으로 민주주의 체제 때문에 가능했다. 그와 이해관계가 같은 친박과 그 친박들을 지지하는 보수들이 적어도 선거 당시에는 더 많았다는 얘기다.

이런 민주주의 단점을 우리국민은 촛불과 탄핵으로 만회시키려 하고 있다. 민심은 폭력 혁명 없이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끌어내렸다. 우리는 이만큼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이다.

재건축 층수 문제에 거창하게 헌법 제1조와 대통령 탄핵까지 들먹이는 것은 일부 시민들의 아직도 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결정된 정책의 의미와 그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정책을 바꾸는 절차를 잘 모르는 것 같아서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들이 잘 알면서도 아직도 논쟁의 불씨를 자꾸 되살리려고 한다는 추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사회에 떼법이 통한다고 믿는 민주주의의 미숙아들이 많다는 얘기다.

서울시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다면 35층 규제를 계속 반대하며 재건축을 지연시킬 경우 재건축 분담금만 늘게 될 것이다. 일반분양가도 덩달아 뛸 것이다. 주민들은 자리를 지키려는 조합장의 호언장담에 속지 말아야 한다. 시공권을 따려는 건설업체의 사탕발림에도 넘어가지 말아야한다.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학자와 일부 언론의 기획된 보도에도 귀를 기울여서는 안된다. 결국 자기만 손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