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에 바란다③]"비정규직 문제, 상시 채용 등 고용관계 바꿔야"...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장

2017-05-14 13:43
프로젝트 단위로 인재 수시 채용

아주경제 원승일 기자 =방하남 원장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그중에서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곧 양질의 일자리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를 줄이고 단계적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 대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방 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제1 과제로 일자리 창출을 잡은 것은 잘한 일이면서도 당연하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 동반 성장은 곧 양질의 일자리를 얼마나 만들어 내느냐에 달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존의 고용관계를 혁신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유럽 등 일부 선진국의 경우 고용주가 정규직 대신 임기제, 시간선택제 등 유연한 채용이 상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방 원장은 “이는 한 직장에 속해 연공서열식 연봉을 받는 것이 아니라, 사업 프로젝트 단위로 정해진 기간에 필요한 인재를 수시 채용하는 형태”라며 “취업자도 프로젝트 관련 기술과 능력을 갖췄다면 기존 정규직 직원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젝트 단위의 고용 계약은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담보하는 동시에 노동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고용주와 근로자 모두 윈윈(win-win) 게임이 될 수 있다”며 “향후 정규직-비정규직이란 단순 고용관계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공기관이 앞장서 비정규직 감축을 선도, 이를 민간부문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정보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중앙정부 각 부처 산하 공공기관 332곳과 공공기관의 부설기관 23곳 등 355곳의 업무 종사자는 모두 42만9402명이다.

이 중 비정규직이 14만4000명으로, 전체 종사자 3명 중 1명에 달한다. 또 '소속 외 인력'으로 나뉘는 파견·용역직 같은 간접고용 형태의 협력사 직원만 8만3000여명에 이른다.

여기에 중앙 및 지방 공무원 등까지 감안하면 공공기관 비정규직은 3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문 대통령은 올 상반기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전면 실태 조사 후, 하반기에 구체적 로드맵을 마련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지침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방 원장은 이와 관련,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격차를 줄이려면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건드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환으로 원청의 하도급대금 미지급, 단가 후려치기 등 하청 업체에 대한 불공정행위를 뿌리뽑는 일이 시급하다고 했다.

방 원장은 “소수 대기업의 독점, 자금을 담보로 한 횡포가 지속되는 한 중소기업과의 상생 생태계는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한 거래 관계가 유지될 때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도 줄어드는 계기가 되고, 뿌리 깊은 이중구조 해소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