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갈등] 서울 전주 광주 부천…대기업-지역상인 곳곳 대충돌

2017-05-14 06:35

(서울=연합뉴스) 유통팀 =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사업 확장에 나선 대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전국 곳곳의 지역 상권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2011~2013년 집중적으로 대형 할인점 영업규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등 규제가 도입되면서 대형 유통업체·프랜차이즈의 공격적 영역 확장이 잠시 주춤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갈등은 '현재형'이다.

'소상공인 보호'를 강조한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양측의 갈등이 중요한 경제·사회적 이슈로 다시 부상할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 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SSM) 급성장…규제 강화

국내 대형마트 1호점은 1993년 11월 문을 연 이마트 창동점이다. 이후 대형마트는 쾌적한 쇼핑환경과 가격경쟁력 등을 앞세워 급속도로 성장했다.

당시에는 '유통산업 선진화'라는 긍정적 측면이 부각되며 정책적 지원이 이뤄졌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잠식 문제가 불거지며 중소상인들과의 갈등이 본격화했다.

대형마트에 이어서는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골목상권에 침투했다.

중소상인들이 반발이 격해지면서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쪽으로 정책 방향도 바뀌었다.

2010년 정부는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 대형 유통업체의 출점을 제한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2012년과 2013년에도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가 추가됐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들은 격주 일요일 의무휴업, 전통시장 인근 출점 제한, 신규 출점시 인근 중소상인과 상생 협의 의무화 등의 규제를 받고 있다.

지난해 국내 대형마트 매출은 40조 원을 넘어섰지만, 성장세가 급격히 꺾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온라인쇼핑 등 쇼핑 채널 다양화와 경쟁 격화 등의 영향도 있지만 출점 제한과 의무휴업과 같은 규제도 고전의 원인 중 하나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복합쇼핑몰 규제와 더불어 적합업종 지정 법제화까지 공약했다.

현재 동반성장위원회는 매년 특정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이들 품목에 대해 3년간 대기업의 사업 확장과 진입 자제를 권고하는데, 적합업종 지정을 법제화하겠다는 것이다.

2011년 적합업종 지정이 시작된 후, 이와 관련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충돌도 이어져 왔다. 특히 2013년 제과업종의 적합업종 지정을 둘러싸고 갈등은 극에 달했다.

적합업종 지정 결과, 제과점업의 경우 대형 프랜차이즈 신설 점포 수를 매년 전년도 말 점포 수의 2% 이내로 한정하고, 점포 이전을 통한 재출점과 신설 때에는 인근 중소제과점과 도보 500m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 복합쇼핑몰 등 대형유통시설 둘러싼 갈등도 격화

최근 전국 각지에서는 대형 쇼핑시설 건립을 둘러싼 갈등도 심각하다.

유통업체들은 복합쇼핑몰 등을 지어 성장의 활로를 찾으려 하고 있지만, 지역 상인들은 골목상권이 죽는다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인근 롯데 쇼핑몰 건립을 둘러싼 갈등은 결국 법적 분쟁으로 비화했다.

2013년 4월 서울시는 상암동 부지 2만644㎡를 판매·상업시설 용도로 롯데쇼핑에 1천972억 원에 매각했지만 4년 넘게 쇼핑몰 건립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롯데 복합쇼핑몰 건립 계획이 알려지자 인근 시장 상인들이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롯데는 올해까지 백화점과 영화관, 업무시설, 대형마트, SSM 등이 결합한 대규모 복합쇼핑몰을 지을 계획이었지만, 아직 공사도 시작하지 못했다.

롯데쇼핑은 최근 서울시를 상대로 '서울시 도시계획 심의 미이행에 따른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전주에서도 복합쇼핑몰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전주시는 종합경기장 자리에 쇼핑몰·영화관 등을 갖춘 컨벤션센터와 호텔 등을 짓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2012년 롯데쇼핑을 민간사업자로 선정했다. 롯데쇼핑이 종합경기장 부지의 절반을 사용하는 대신 외곽에 육상경기장과 야구장 등을 따로 건립해준다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지역상권 붕괴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자 현 시장이 전임 시장 때 계획한 방안을 유보해 갈등이 계속돼왔다.

광주에서는 신세계의 복합시설물 건축이 논란이 되고 있다. 광주신세계는 지난 2015년 5월 광주시와 광천동 일대 34만여㎡에 특급호텔을 신축하고 기존 백화점·마트 등을 새롭게 증·개축하기로 투자협약(MOU)을 맺었으나 주변 상인 반발 등으로 사업규모를 40%가량 준 21만3천여㎡로 수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정치권 등의 반발 속에 광주시의 인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부천 신세계복합쇼핑몰도 비슷한 사례다. 부천시는 지난해 10월 상동 영상문화단지에 백화점과 대형할인매장을 포함한 신세계복합쇼핑몰을 짓는 내용의 협약을 신세계컨소시엄 측과 맺었다. 그러나 인근 상인들이 반발하자 신세계 측은 단지 규모를 절반가량 줄였으며, 창고형 할인매장을 빼고 백화점과 식당가만 짓기로 했다. 이후에도 상인들의 반발이 계속되면서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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