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연정 '유로존 공동예산 편성' 찬반 논란(종합)
2017-05-11 22:01
프랑스와 방향, 속도 두고 갈등 예고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독일 대연정의 집권 다수파를 이끄는 중도우파 기독민주당과 소수당 파트너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공동예산을 편성하자는 주장을 두고 찬반 대결을 펼치고 있다.
마르틴 슐츠 사민당 당수는 최근 주간 차이트에 유로존 회원국이 함께 현안들에 대처하려면 공동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의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일간 쥐트도이체이퉁(SZ)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SZ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당선인도 같은 견해를 보인다고 전하고 슐츠 당수가 유럽정책에서 기민당 당수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기민당의 베테랑 정치인인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부 장관보다 현저히 빠른 속도로 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활력 회복이 중요한 프랑스 정부나, 남는 세수를 세금감면으로 돌려주기보다는 투자 확대와 성장 도모에 투입해야 한다는 독일 사민당 입장에선 유로존 투자 확대를 위한 공동예산 편성 주장이 자신들의 정책 철학에 들어맞는 편이다.
이에 앞서 사민당 소속 지그마어 가브리엘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 역시 유로존 차원에서 투자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는 마크롱 당선인의 견해에 동의했다고 SZ는 소개했다.
그러나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유로존 재무부 장관을 두고 공동예산을 편성하려면 유럽연합(EU) 조약들을 개정해야 한다"면서 "당장 그렇게 하는 것은 상당히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다만, 이탈리아 언론과 인터뷰에선 마크롱 당선인의 견해에 전적으로 뜻을 같이한다면서 유로존 의회 설립과 유로안정화기구(ESM)의 확대 개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편, SZ는 사민당의 총리 후보이기도 한 슐츠 당수가 9월 총선을 앞두고 마크롱 당선인처럼 친(親)유럽 선거운동으로 표심을 구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기민당과 자유민주당 등 반대파는 유로존 다수 회원국의 경제난 극복을 위해서는 투자 확대보다는 구조 개혁이 더 절실하다고 볼 뿐 아니라, 여타 회원국의 성장을 위한 독일의 부담을 일종의 '퍼주기'라고 비난하는 상당수 납세자의 세금부담 완화를 강조하기 때문에 어느 쪽에 민심이 더 쏠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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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