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공존의 대원칙... 정무직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2017-05-12 00:00
문재인 대통령에게 바란다

                                                            [최광웅 데이터정치연구소장]


2012년 5월 17일 프랑스에서는 사회당(PS) 정부가 출범했다. 열흘 전 실시된 대선 결선투표에서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상대로 겨우 3.26% 차로 간발의 승리를 거두었는데, 녹색당(Europe Écologie-Les Verts)과의 선거연대가 결정적이었다. 녹색당은 1차 투표에서 겨우 2.31% 득표에 그쳤지만 바로 이 합계가 승부를 좌우한 것이다.

한편 무려 17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루어낸 사회당이었지만 당시 국민의회(하원) 의석의 54.2%는 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회당은 선거과정에서부터 정책연대와 연정에 합의하고 녹색당으로부터 결선투표 지지를 이끌어낸다.

물론 중도좌파이자 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사회당이 유럽통합과 중도좌파 노선을 내건 녹색당과 연대하는 건 이상할 것이 없다. 우리나라로 보자면 생경한 DJP연대 방식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다.

올랑드는 선거운동 기간 중 핵심 공약으로 ‘성(性)평등 내각의 구현’을 내걸었다. 성(性)평등, 이민자 및 장애인 차별금지 등을 추구해온 사회당의 핵심가치를 그대로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리하여 34명의 장관 및 담당장관 가운데 정확하게 절반(17명)을 여성으로 기용하는 초강수를 두었는데, 프랑스 최초였다.

여성장관 가운데 최고위직은 법무장관에 발탁된 크리스티안 토비라이다. 그는 프랑스령 기아나 출신의 흑인으로 2001년 노예를 반인류 범죄로 규정하는 프랑스법 제정에 참여했으며, 2002년 사회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해 프랑스 역사상 첫 흑인 대권 출마자의 기록을 세운 여걸이다. 또한 한국계 2세 플뢰르 펠르랭(한국명 김종숙)을 중소기업·디지털경제 장관으로 임명하며 이 분야 신기록도 세웠다.

그리고 세실 뒤플로 녹색당 대표를 국토·주택장관에 임명해 연정 약속을 실천했다. 당시 녹색당 의석은 단 4석이었다. 특히 장 마르크 에로 등 상당수가 행정경험이 없는 초선의원이라는 언론의 비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올랑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했다. 첫 일과는 국회를 방문해 야4당 대표를 만나 협치와 공존을 강조한 일이었으니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어진 인사 발표에서도 선거운동 과정에서 공언한 대로 대탕평의 인사원칙을 천명하고 그에 알맞은 인사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원칙과 함께 내실이 있어야 한다.

청와대 민정수석·인사수석·홍보수석 인사가 발표되었다. 조국 서울대 교수, 조현옥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 윤영찬 전 네이버 부사장이 그들이다. 개혁, 균형, 소통 능력을 첫째 인사기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청와대 수석은 정무직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정치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직위이다. 그러므로 첫째 기준이 정무적 판단 능력이다. 정무적 판단은 말 그대로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도를 기준으로 판별한다.

그 다음이 해당 부서 업무에 대한 능력과 리더십, 그리고 조직적 수완을 얼마나 겸비하고 있는지 여부를 보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수십년 동안 훈련된 수많은 전문 관료를 능가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권한 유권자를 포함하면 68.4%의 지지를 받지 못한 대통령이다. 69.5%의 지지를 받지 못한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지지율이다. 게다가 여당의 국회의석은 120석으로 겨우 40%밖에 안 된다. 국회선진화법(180석)은커녕 국무총리 인준 등 인사안건 처리 기준(150석)에도 턱없이 모자란다.

결국 문 대통령 스스로가 취임사에서 밝혔듯이 야당과의 ‘공존’만이 살 길이다. 그것을 제대로 실천해낼 수 있는 참모, “아니오!”라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을 참모가 문재인 대통령의 성패를 좌우한다.

[ 최광웅 데이터정치연구소장, 전 참여정부 청와대 인사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