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칼럼] 대융합의 정부가 시대정신이다

2017-05-10 18:00
문재인 대통령 취임에 부쳐

[최광웅 데이터정치연구소장]


프랑스는 ‘관용(톨레랑스·tolérance)’의 나라다. 위대한 프랑스 혁명을 거치며 ‘자유·평등·박애’의 가치를 국시로 정했으며 출신 지역과 인종, 그리고 종교와 신념에 따른 차별 없이 모든 국민이 법 앞에서 평등한 나라가 바로 프랑스다. 대통령제를 하면서도 보수와 진보가 동거정부(cohabitation)를 세 차례나 구성한 경험도 있다.

2007년 5월 17일 취임한 우파의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여당의석 비중이 무려 64%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상 처음으로 좌·우파 통합내각을 출범시킨다.

15명의 총리·장관과 5명의 담당장관으로 구성된 1기 내각에 ‘국경없는 의사회’ 창설자로 널리 알려진 베르나르 쿠슈네 외교장관, 장 피에르 쥬예 유럽담당 국무장관, 에릭 베송 공공정책담당 국무장관, 마르틴 히르시 빈곤퇴치 위원 등 4명의 좌파 출신과 에르베 모랭 국방장관(중도파)이 바로 그들이다.

특히 장관 14명 가운데 7명이 여성으로 총리를 제외하면 정확하게 성(性)평등 내각도 특징이다. 또한 북아프리카 출신 여성 변호사인 라시다 다티를 법무장관으로 기용함으로써 최초의 이민2세 장관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사르코지의 통합내각은 알맹이 없는 미사여구에 불과하다는 사회당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소수자정책을 추구해온 프랑스 사회당은 통합(intégration)의 개념을 이민자 고유의 문화를 무시하는 ‘동화’(assimilation)로 등치시키는데 결코 동의하지 않았다. ‘문화적 다양성(diversité culturelle)’의 인정이라는 통합정책은 우파와 좌파 사이에 간극이 컸다.

제19대 대선에서 승리한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 집무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은 5월 9일 대통령선거 보궐선거에서 2위와의 격차를 557만표나 벌려 이 분야 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낮은 투표율 속에서 투표자의 41.08%, 전체 유권자의 겨우 31.6% 지지를 받은 대통령이다.

이는 민주화 이후 이명박(30.5%)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득표율을 남기게 되었다. 게다가 여당의석은 지금까지 가장 적은 120석이며 국회선진화법까지 겹쳐 협치가 아니면 국정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후 국회에서 밝힌 취임사를 통해 ‘공존’과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끝내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야당과 대화하겠다고 했다.

자신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발탁하겠다고 했다. 지역과 계층과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는 등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물론 구호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새 정부는 다음의 큰 세 가지 원칙과 네 가지 과제만 지키고 유의하면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세 가지 원칙은 첫째 새 정부는 촛불혁명의 주인인 1600만명 국민이 참여하는 정부이다. 둘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지지한 80% 국민이 참여하는 정부이다. 셋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결을 찬성한 78% 정치세력이 언제든지 정책연대를 할 수 있는 정부이다.

네 가지 과제는 첫째 헌법 제119조 규정에 따라 성장과 분배가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루는 경제민주화정부이다. 둘째 국민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함께 사회적 대타헙을 통해 비정규직 등 소수약자에 대한 적정한 소득분배 및 사회적 안전망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복지국가이다. 셋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촛불을 들었던 전국 방방곡곡 8도 지역주민이 차별 받지 않고 다함께 참여하는 연합정부이다. 넷째 3·1운동, 대한민국임시정부, 4·19민주이념으로부터 이어져 온 헌법정신인 자유·정의·창의에 기초하여 명실상부한 민주공화국으로 나아가는 이념통합정부이다.

이 모든 것을 실천할 수 있는 정부는 바로 대융합정부이다. 융합(convergence)은 통합과 달리 다름을 존중하면도 새로운 방식의 국정 운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존’을 환영한다.

[최광웅 데이터정치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