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예산실, 3년 연속 본예산에 추경 '이중 과제'
2017-05-11 06:21
추경 편성 요건 이견·여소야대 지형…추경 통과 험난할 듯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기획재정부 예산실이 다시 분주해질 조짐을 보인다.
내년 본예산 편성 작업 개시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편성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았기 때문이다.
11일 기재부 예산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추경 편성과 관련해 청와대 측에서 별도의 지시는 아직 없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 취임 즉시 일자리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밝힌 터여서 추경 편성은 시간 문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신분이던 지난달 28일 TV토론에서 "일자리를 국정 과제 1순위로 삼아 국가 자원을 총동원해 비상대책을 마련하겠다"며 "10조원의 일자리 추경을 바로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청년 실업률이 2년 연속 사상 최고를 기록한 데다 조선·해운 구조조정, 제조업 경쟁력 약화 등으로 일자리 사정은 그 어느 때보다 악화한 가운데 정부가 나서서 고용 시장에 숨통을 트여줘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올해 추경을 편성하게 된다면 정부는 2015년, 2016년에 이어 3년 연속으로 추경을 편성하게 된다.
최근 5년간으로 확대해보면 2014년을 제외하고 빠짐없이 추경을 편성하는 꼴이다.
규모는 2015년(11조6천억원), 2016년(11조원)보다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추경 재원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국채 발행으로 충당하기보다 초과 세수를 활용할 공산이 크다.
올해 1∼2월 국세수입은 46조2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3조6천억원 더 걷혔고 세수 진도율(정부의 올해 목표 세수 대비 실제 걷힌 세금 비율)은 19.1%로 0.8%포인트 상승하는 등 세수 여건이 좋기 때문이다.
추경 편성은 기재부 업무 보고 이후 시작될 것으로 점쳐진다.
아직 업무 보고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전날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되고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임명된 만큼 조만간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예산실은 아직 추경 편성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면서 신중해 하고 있지만 내심 추경 편성을 각오하는 모양새다.
기재부 예산실의 한 국장은 "각 부처의 내년 본예산 편성 요구 작업도 진행 중이라 이래저래 바쁘고 내년 예산이 얼마나 될지 방향도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청와대 보고를 다녀오면 추경 작업이 정식으로 스타트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내년 본예산 편성 작업과 최대한 겹치지 않기 위해 기재부는 추경 편성 작업에 최대한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 예산실은 2015∼2016년 2년 연속 추경과 본예산 편성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라는 뜻밖의 결정타 때문에 갑작스럽게 추경 편성이 결정되면서 예산실 직원들이 3개월에 걸쳐 밤샘 작업에 매달려야 할 정도였다.
상황은 지난해보다 다소 나아 보인다.
올해에는 대선 때부터 유력 후보인 문 대통령이 꾸준히 추경을 언급해온 터라 기재부 내부적으로 공약을 검토해왔다.
본예산 편성이 본격적으로 개시되기 전까지 시간적 여유도 있는 편이다.
이달 중으로 추경 작업을 마쳐놓는다면 2015∼2016년과 같은 강행군은 벌이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다만 추경 편성 작업이 순탄하게 흘러가진 않으리라는 전망도 있다.
우선 추경 편성 요건에 부합하는지에도 정부 안팎에서 이견이 있다.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인 경기는 최근 회복세를 보인다.
세계 경기회복과 수출 반등에 힘입어 올해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9% 증가하며 깜짝 성장했다.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 발생, 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 변화 등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가 있을 때로 추경 편성 요건이 법에 명시돼 있어서 현재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추경 편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재부 예산실의 한 과장은 "본예산 편성과 겹치는 등 일정을 떠나 추경 편성 요건에 해당하는지부터 얘기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소야대 지형도 넘어야 할 산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내 120석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다른 야당을 설득하지 못하면 추경을 편성하고도 발목 잡힐 수 있는 셈이다.
기재부 예산실 관계자는 "추경 편성 법적 요건에 맞는지, 여소야대 국회에서 추경 통과가 어떻게 될지가 관건"이라면서도 "추경을 하게 되면 기존에 일자리 사업을 들여다보고 성과가 있고 괜찮은 사업을 좀 더 지원해주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porque@yna.co.kr
(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