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사드 문제로 대미·대중 외교 첫 시험대

2017-05-11 17:00

아주경제DB, 연합뉴스[그래픽=임이슬기자 90606a@]

아주차이나 김봉철 기자 =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호(號)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바로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환경이다.

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경제 문제 해결도 쉽지 않은 과제지만, 외교·안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먼저 돌파해야 할 난제 중 하나다. <관련기사 2면>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공약은 협력외교, 평화통일, 책임국방 등 3가지로 요약된다.

이 가운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는 문 대통령의 외교 능력을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새 정부의 대미·대중 외교와도 직결돼 있어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대해 “차기 정부에서 국회 비준·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만 밝힌 상태다.

문 대통령은 대선 레이스 과정에서 다른 후보들로부터 이와 관련해 찬반 입장 표명을 줄기차게 요구 받았으나, 한·미 동맹의 중요성만 강조했을 뿐 끝까지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국회 비준 동의가 사드 배치 재검토 내지 철수를 염두에 뒀다고 보기도 어렵다. 국가 간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기에는 외교적인 부담이 너무 클 수밖에 없다. 이미 경상북도 성주에 사드가 일부 배치됐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외면하기 힘들다.

미국은 지난 3월 6일 사드 발사대 등을 한국에 전개한 데 이어 지난달 26일에는 발사대 2기와 사격통제 레이더, 교전통제소 등 핵심장비를 경북 성주군 초전면 성주골프장에 전격 배치했다. 나머지 발사대 4기 등의 반입도 예정돼 있다.

현재까지 상황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조원이 넘는 사드 비용 부담을 한국에 전가할 뜻을 내비치면서 국회 비준 동의를 강조해 온 문 대통령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여전히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점은 부담이다. 투표자들을 대상으로 한 KBS, MBC, SBS 지상파 3사의 심층출구조사 결과, ‘사드 배치에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50.1%로 절반을 차지했다. 반대한다는 응답 34.6%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연령별로는 30대와 40대에서만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응답률이 높았다. 20대 응답자의 43.9%, 50대 52.6%, 60세 이상 65.1%가 사드 배치에 찬성한다고 답해 연령이 높아질수록 사드 배치 찬성 응답률이 높았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 사드 배치 여부를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외교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사드를 매개로 미·중 양측으로부터 취할 수 있는 실익을 취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초 발간된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에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도 사드 배치 문제는 실용적 측면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우리가 한반도 문제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에서 사드 배치의 득과 실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대담집에는 “중국은 북한이 핵 동결 내지는 핵 폐기를 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일정 역할을 해야 하고, 그러지 않을 경우 한·미 동맹 차원에서 사드 배치를 막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생각이 담겨 있다.

문 대통령 측 관계자는 “애초부터 사드 배치를 무조건 반대한다는 건 아니었다”면서 “사드 배치를 이용해 미국으로부터 중국을 압박하게 하고, 중국이 다시 북한 핵 문제에 상당 부분 개입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대선 결과와 맞물려 구애의 제스처를 먼저 내비친 쪽은 중국이다. 지난 9일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시에서 발생한 한국 유치원생 참사와 관련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동시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사고 처리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한 것도 사드 배치 철회를 통한 양국 관계 개선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10일 축전에 이어 11일 전화통화를 통해 한·중 관계 개선의 메시지를 보냈다.

중국의 관영 CCTV에 따르면, 이날 시 주석이 전화로 문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면서 “중국과 한국은 가까운 이웃이자 지역 내 중요한 국가”라면서 “양국 관계를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CCTV는 또 시 주석이 “수교 25주년 이래 양국 관계는 많은 성과를 거뒀고, 이는 소중히 여길 만하다”면서 “한국 새 정부와 중국의 중대한 우려를 중시하고, 실제적인 행동을 통해 양국관계를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와 안정,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줄곧 견지해 왔다”면서 “이는 양국의 공동 이익과 지역 평화와 안정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 주석은 “이른 시일 내에 만나기를 기대한다”면서 사실상 조기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당분간 사드 배치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의 절차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며 속도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대선 전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충분히 상의할 것을 약속한다”면서도 “한국 대선이라는 정치적으로 예민한 시기에 환경영향평가나 청문회 같은 민주적 절차도 없이 서둘러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과도 통화를 하며 우려에 대한 불안감 해소를 위해 노력했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의 동맹관계는 단순히 좋은 동맹(Good Ally)이 아니라 위대한 동맹(Great Ally)”이라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