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현대미술 축제 '베니스 비엔날레' 막 올라
2017-05-11 00:44
김성환·이수경 본전시 참가…한국관, '카운터밸런스' 주제로 개막
(베네치아=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에 베네치아에서 격년으로 열리는 세계 최고의(最古)의 현대미술 축제인 '베니스 비엔날레'의 막이 올랐다.
오는 13일 일반 공개에 앞서 10일(현지시간)부터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는 바닷가에 자리한 카스텔로 자르디니 일대에 자리잡은 나라별 국가관이 언론과 VIP를 상대로 전시관을 공개하며 6개월여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57회째를 맞은 올해 비엔날레는 프랑스 퐁피두센터의 선임 큐레이터인 크리스틴 마셀이 총감독을 맡아 '예술 만세'를 의미하는 '비바 아르테 비바'(Viva Arte Viva)를 주제로 전시를 꾸몄다.
마셀 총감독은 "갈등과 충격으로 가득한 오늘날 세상에서 예술이야말로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최후의 보루이며, 개인주의와 무관심에 대항하는 분명한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예술가의 책임과 목소리,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가 "예술가와 함께하는, 예술가에 의한, 예술가를 위한 행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이번 비엔날레의 국제전(본전시)에는 51개국 120명의 작가가 초청돼 19세기에 지어진 조선소 건물인 아르세날레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초청 작가 가운데 103명은 이번이 첫 베니스 비엔날레 데뷔 무대다.
한국 작가로는 미국 뉴욕에 거주하며 영상과 사운드, 조명, 조각, 드로잉 등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는 김성환(42)과 깨진 도자기 조각들을 이어붙여 새로운 형태로 만드는 '번역된 도자기' 시리즈로 잘 알려진 이수경(54)이 본전시 작가로 참여했다.
한국은 2년 전 임흥순 작가가 영상 작품 '위로공단'으로 2등상에 해당하는 은사자상을 받은 바 있어 2회 연속으로 상을 탈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김성환 작가는 흑인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작품을 출품했고, 이수경 작가는 버려진 도자기 파편을 이어붙여 만든 높이 5m에 달하는 '번역된 도자기: 신기한 나라의 아홉 용'을 선보였다.
국가별 커미셔너가 자국의 현대미술을 소개하기 적합한 작가들을 선정해 꾸미는 경연장인 국가관에는 2년 전보다 4개국 적은 85개국이 참가했다.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와 카리브해연안의 나라 앤티가 바부다, 태평양의 섬나라인 키리바시가 처음으로 국가관을 선보였다.
이탈리아어로 '정원'이라는 뜻의 자르디니의 한 켠에 연면적 242.6㎡의 규모로 아담하게 자리잡은 한국관은 '균형을 잡아주는 평행추'를 의미하는 '카운터밸런스(Counterbalance):더 스톤 앤 더 마운튼(The Stone and the Mountain)'를 주제로 한 전시를 공개했다.
한국관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커미셔너, 이대형 아트디렉터가 예술감독을 맡은 가운데 재미 작가 코디 최(56)와 젊은 작가 이완(38)의 작품들로 꾸며져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코디 최는 한국관 건물 외부에 라스베이거스, 마카오 카지노를 떠오르게 하는 작품 '베네치아 랩소디'를 설치해 국제 미술계에 뿌리 내린 '카지노 자본주의'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는 이 밖에 이민 초기에 동서양의 문화적 충돌 속에 소화불량에 걸린 자전적인 경험담을 녹인 '생각하는 사람', '코디의 전설과 프로이트의 똥통' 등 10점의 작품도 함께 선보였다.
이완 작가는 전 세계인 1천200여 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해 그 중 668명 각자를 나타내는 668개의 시계로 구성된 신작 '고유시'(Proper Time)와 '미스터K 그리고 한국사 수집' 등 총 6점을 출품했다.
이 작가는 '고유시'와 관련, "각 개인의 연봉, 노동시간, 식사 비용 등에 따라 벽면을 가득 채운 시계가 각기 다른 속도로 회전하는 모습을 통해 자본주의 현장에서 개인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과 불균형한 세상을 짚어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한국관 전시에는 또한 이완 작가의 동명 작품이기도 한 제3의 인물 '미스터K'가 또 다른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이완 작가가 서울 황학동에서 단돈 5만원에 구입한 사진 1천412장의 실존 인물인 고(故) 김기문 씨의 삶을 통해 한 개인의 치열한 삶을 넘어 한국 근대화의 과정을 보여준다.
이대형 예술감독은 "소수의 의견을 경청하지 못하는 다수, 약소국의 이민자를 포용하지 못하는 강대국의 신고립주의 등 작은 것과 큰 것 사이의 함수관계 속에서 인간에 대한 배려가 없어진 21세기의 폭력성을 역설적으로 지적하고자 했다"며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한편, 이대형 감독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미술 관련 매체인 아트뉴스페이퍼는 이날 2017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꼭 봐야할 전시 10개에 한국관을 포함시켰다.
이 매체는 특히 관련 기사를 실으며 한국관의 전경을 배경 사진으로 써 한국관에 대한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의 관심이 큼을 방증했다.
이날 오후 열린 한국관 개막식에는 아킴 보르차트 흄 영국 테이트모던 전시 수석 큐레이터 등 200여 명의 예술계 인사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오는 11월26일까지 이어진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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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