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집권 사회당 '자중지란'…군소정당 전락 위기
2017-05-10 23:33
당 지도부, 신당에 구애한 발스 전 총리 징계위 회부…분열상 가속
총선 여론조사 지지율 9% 그쳐…멜랑숑의 극좌정당에도 크게 밀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6월 프랑스 총선을 앞두고 이번 대선에서 참패한 집권 사회당의 분열상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당선인의 신당으로 대거 사회당 지지자들이 이탈한 데다 유력 정치인들마저 신당에 구애하면서 50년 전통의 중도좌파 사회당이 군소정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장크리스토프 캉바델리 사회당 서기장(당대표)은 10일(현지시간) 뵈르FM 방송에 출연해 "발스가 당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고 말했다.
앞서 캉바델리 서기장은 발스 전 총리가 신당 '레퓌블리크 앙 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에서 공천을 받고 싶다고 밝히자 "신당의 공천을 바라는 동시에 사회당적을 보유할 순 없다"며 출당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신당은 발스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해 발스 전 총리는 체면을 구겼다.
신당의 장폴 델부아 공천위원장은 이날 유럽1 라디오에 출연해 "발스는 현재로써는 우리 당의 총선 후보자 공천요건을 후보 조건에 맞지 않는다"며 "발스를 받는 것이 우리 당에 특별히 시의적절하지는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발스의 지역구인 에손 주(州) 에브리에는 이미 다른 후보를 내정했다면서 "발스는 우리 당원도 아니다. 신당이 임기가 끝난 의원을 재활용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집권 사회당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녹색당의 야닉 자도 대표도 "발스가 정치적 용기를 냈다"면서도 "사회당을 나가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다"며 사회당 지도부의 편을 들어줬다.
발스 전 총리 외에도 현 정부의 장이브 르드리앙 국방장관 등 사회당의 유력 정치인들 상당수가 대선 레이스에서 마크롱을 공개지지하는 등 분열상은 대선 전부터 심각한 수준이었다.
사회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다가 참패한 브누아 아몽 전 교육장관은 "좌파를 재건하겠다"면서 사회당 안에서 새로운 정치운동 단체를 출범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아몽은 내달 총선에서 공산당(PCF)과 급진좌파당(PRG) 등 군소 좌파정당을 아우르는 연합을 구성하자고 주장하는 등 좌파 색채 강화를 주장했지만, 사회당 지도부는 오히려 총선 공약에서 경유 퇴출과 원자력 발전 폐기 등 아몽의 대선공약들을 대거 제외해버렸다.
당의 유력주자였던 발스를 경선에서 누르고 대선 후보가 된 아몽은 대선 1차투표에서 6.4%라는 초라한 득표율을 기록, 급진좌파 진영의 장뤼크 멜랑숑에게도 큰 표차로 밀리며 5위에 머물렀다.
그에게 사회당의 대선 참패 책임론이 제기된 상황에서 아몽의 '좌파재건' 선언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여론조사들을 보면 사회당은 총선에서도 완패가 예상된다.
대선 종료 직후 여론조사기관 칸타소프르 조사 결과 총선 정당 지지도는 앙마르슈-민주운동당(Modem) 연합이 24%, 공화당-민주독립연합(UDI) 연대가 22%, 극우정당 국민전선(FN) 21%, 장뤼크 멜랑숑의 급진좌파진영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15% 순으로 나타났고, 사회당은 9%에 그쳤다.
현재 사회당을 중심으로 한 중도좌파 연합의 하원 의석수는 전체 577석 중 과반인 292석에 달하지만, 여론조사대로라면 총선에서 50석 안팎의 의석에 그칠 것으로 보여 사회당이 창당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이 1969년 창당한 50년 역사의 중도좌파 사회당이 이처럼 여론의 외면을 받는 것은 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낮은 인기에 기인한 바가 크다.
올랑드는 경제난과 테러 위협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 속에 좌·우를 오락가락하는 정책 등으로 임기 말 지지율이 4%까지 주저앉으며 역대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이 때문에 올랑드 정부에서 경제장관을 지낸 마크롱은 대선 레이스 내내 현 정부와 '거리 두기'를 해왔으며 반대 진영은 마크롱을 '올랑드의 정치적 아들'이라고 공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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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