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홍보에 추천 직원번호까지 '힘든 은행원'
2017-05-09 15:20
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 직장인 A씨는 점심식사 후 서울시내 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던 중 전단지를 받았다.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고 회원가입을 하면 커피 무료쿠폰을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추천 직원번호를 꼭 입력해 달라는 문구도 있었다. 과거 출근길에 지하철역을 빠져나오면 대출 상담 등을 안내하며 포스트잇을 나눠주던 것과 다른 풍경이다.
영업점 은행원들이 창구업무 외에 앱 홍보, 추천 직원번호 등으로 실적 쌓기에 바쁘다. 쉬는 시간을 쪼개 거리로 직접 나올 정도다.
한 시중은행 영업점 직원은 9일 "앱 다운로드도 상품 판매와 마찬가지로 본부별, 영업점별 목표량이 정해지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며 "실적 달성을 위해선 발로 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사는 강요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일반적으로 영업점마다 합심해서 목표량을 채우는데, 자발적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업점 직원들에게는 새로운 업무가 추가됐을 뿐이다.
다른 은행의 영업점 직원은 "상품별로 보험, 펀드, 예적금 등 수수료가 많은 순으로 판매에 집중해 왔다면 최근에는 앱 다운로드에 보다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미 젊은층에게는 익숙한 모바일뱅킹인 데다 중장년층 고객들은 이용 중이거나, 기존의 금융거래 방식을 바꾸기 싫어한다. 권유 및 고객 유치가 갈수록 어렵다는 것이 영업점 직원들의 말이다.
이때 추천 직원번호 입력도 요구하는데, 이는 성과 측정에서 가산점이 붙는 형태다. 사측에서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온라인 카페 등에서 심심찮게 공유되기도 한다. 어차피 추천할 거면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는 카페나 모임에 있는 사람을 하는 게 낫다는 이유에서다.
사측은 이를 무조건 나쁜 시선으로 보지 말아 달라는 입장이다. 은행 관계자는 "조직이니까 목표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고 있다"며 "실제 성과 평가에는 근태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 스스로가 업무에 활력을 갖고 열심히 임하는 것은 언제나 환영"이라며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