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ICT 리더 보고서] 이해진 창업주의 '완벽주의', 네이버 공화국을 키우다

2017-05-10 07:44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사진= 네이버 제공]


아주경제 권지예 기자 = "우리 회사 직원들은 나를 쫀쫀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가 직접 네이버 경영을 챙기던 2003년 어느 강연회에서 한 말이다. 자잘한 잔소리가 많았던 시절, 예컨대 최고경영자(CEO)가 불만이 생기면 서비스 담당 직원들을 일일이 불러서 "야, 여기 오타났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투는 점잖았지만, 내용 면에선 호통에 가까웠다는 것이 당시 직원들의 전언이다.

이 창업주는 직원에게 퀄리티에 있어서 최고가 되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특히 그는 신입사원들을 불러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했던 "기술이 떨어지는 사람, 전략을 이해 못하는 사람은 용서해도 몸싸움에서 밀리는 사람은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을 인용하며, 돈을 못 벌어오고 큰 기획을 못하는 건 봐줄 수도 있지만 사용자가 보는 페이지에 실수를 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집요하고 꼼꼼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이해진 창업주의 '완벽주의' 경영의 한 단면이다.

CEO에서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난 후에도 그는 네이버의 수천 가지 서비스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점을 찾고 보완하기 위해 날마다 오전 10시 '오퍼레이팅 리포트(Operating Report)' 미팅을 직접 주관했다. 불과 5년 전인 2012년까지의 일이다.

네이버에는 한국 근대사 100년의 정보를 거의 모두 담았다. 아날로그 기사를 디지털화한 기사부터 행정자료, 국공립도서관 자료, 음악, 소설, 만화 등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모든 콘텐츠가 사실 네이버 안에 다 들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퍼레이팅 리포트 미팅은 이 같은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와 다양한 텍스트에도 오·탈자 하나 없는 '완벽한 네이버'를 선보이기 위한 회의였다.

완벽한 네이버를 만들기 위한 이 창업주의 노력은 자신의 자리도 기꺼이 내려놓는 결단력까지 발휘한다. 그는 "인터넷이 어떻게 변할지 알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내 자리를 기꺼이 내줄 것"이라고 말하며, 시대의 흐름에 적합한 CEO를 찾아 자신의 자리를 대신토록 하며 완벽한 네이버의 위상을 다져갔다.

올해 그는 김상헌 대표에 이어 네이버를 이끌 적임자로 한성숙 네이버 대표를 발탁했다. 이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을 위해 네이버의 차세대 미래사업발굴을 위한 전략적 인사라는 분석이 쏟아졌다.

한 대표는 네이버의 모든 서비스 운영에 정통하며, 치밀하고 정확한 업무 스타일로 '이해진 판박이' '이해진의 복심'으로까지 불리는 인물이다. 이 창업주가 오퍼레이팅 리포트 미팅을 멈춘 2012년 이후, 그를 대신해 미팅을 주관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대표 인사에 대해 현재의 네이버 운영과 오퍼레이팅에 대한 완벽한 유지·관리 업무를 놓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이해진 창업주의 복안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내수시장에서 쌓아 놓은 네이버의 입지를 한 대표에게 맡기고, 이 창업주는 '라인'을 발판으로 삼아 글로벌로 한 발 더 나아가기로 결정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그는 6~7년간 홀로 유럽·미국 전시회나 콘퍼런스 등에 수도 없이 참석하며 내공을 키웠다. 이는 IT에 한정하지 않고 다방면의 지식과 세계적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한 그의 글로벌 현장학습이었던 셈이다.

글로벌 시장에 확신이 서면서 최근 이 창업주는 네이버 이사회 의장 자리까지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에게 넘기고, '라인'에 이어 네이버를 유럽·미국 등 국제무대로 연착륙시키기 위한 본격적인 한 발을 뗐다.

네이버 출신 한 IT업계 임원은 "이해진 전 의장은 타고난 전략통이자 승부사이다"라며 "판세를 읽는 정확한 판단 그리고 과감한 결단력으로 무언가를 얻고자 하면 반드시 그것을 해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