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코스피행'에 주주 '반색' 거래소 '울상'

2017-05-08 15:08

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대형주 카카오가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옮긴다는 소식에 투자자는 반갑다. '코스닥 디스카운트'가 사라져 주가가 재평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반면 한국거래소는 코스피·코스닥 양극화를 더 심화시키지 않을지 걱정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다음 달 14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해 코스닥시장 상장 폐지승인 의안을 상정해 처리할 계획이다.

이 안건이 가결되면 카카오는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폐지 신청서를 낸다. 이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해 이전상장 절차를 밟게 된다.

카카오 시가총액은 지난 4일 종가 기준 6조3653억원으로, 코스닥에서 셀트리온에 이어 2위다. 같은 날 기준 주가는 9만4000원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시 카카오는 시총 기준 50위 안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입장에선 시총 6조원대 기업의 이탈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코스닥 전체 분위기가 침체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그렇지 않아도 극심해진 코스피·코스닥 양극화 문제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코스피 대형주 위주의 장세가 지속되는 상황을 감안할 수밖에 없다. 카카오 입장에선 이전 상장이 불가피한 조치라는 거다. 유가증권시장은 수급에 유리하고 변동성도 적다.

한 대형 증권사 주식운용역은 "코스닥이 장기간 침체돼 있으니 카카오가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하려는 것 아니겠느냐"며 "일단 유가증권시장에 진입하면 펀드에 많이 편입되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개인투자자들 역시 인터넷 종목게시판을 통해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개인투자자는 "카카오는 코스닥에서 셀트리온과 경쟁할 종목이 아니다"라며 "코스피에서도 다른 대형주를 충분히 따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한다는 이유만으로 주가 상승을 기대해선 안 된다. 한 펀드매니저는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상장하면 수급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며 "주가에 더 중요한 건 실적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기업들도 큰 재미를 보진 못했다.

2016년에는 동서(7월15일)와 한국토지신탁(7월 11일)이 코스피로 이전 상장했다. 애초 기대와 달리 주가가 오르기는커녕 내렸다. 동서와 한국토지신탁 주가는 이전 상장 후 같은해 연말까지 각각 약 20%와 24% 하락했다.

이전상장 자체보다는 해당 시기 실적이나 시황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