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없는 '윤달의 해'…제주 개장 유골 화장 급증
2017-05-08 06:00
"벌초할 자손 줄어 조상 묘 한곳으로"…연간 7천구 넘어설 듯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탈 없는 윤달의 해를 맞아 제주에서 개장 유골 화장이 급증하고 있다.
8일 제주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제주시 양지공원에서 총 2천237구의 개장 유골이 화장돼 지난해 같은 기간 1천978구보다 13.1% 늘었다.
지금까지 하루 평균 개장 유골 화장 건수는 18구로,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6월 말까지 개장 유골 화장 건수는 3천구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윤달인 오는 6월 23일부터 7월 21일까지 29일 동안 양지공원의 개장 유골 화장 예약이 이미 완료된 점은 이를 반증한다. 이 기간에 화장되는 개장 유골만 1천740구다.
윤달이 끝날 때까지 화장된 개장 유골은 약 4천800구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2015년 한 해 개장 유골 화장 건수 4천746구보다 많은 것이다. 지난해 5천514구와 비교하면 87% 수준이다.
제주에서는 윤달이 있던 2009년 총 9천354구의 개장 유골이 화장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위는 2012년 6천111구, 3위는 2014년 6천85구다.
도는 지금까지 현황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화장되는 개장 유골이 2009년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없다'는 속담이 생겨날 정도로 '윤달=탈은 탈 없는 기간'이란 인식이 아직까지 이어지며 윤달이 있는 해에는 개장 유골 화장이 급증하고 있다. 예부터 윤달에는 하늘과 땅의 신이 사람들에 대한 감시를 쉬기 때문에 아무 일이나 해도 문제가 안 된다고 여겨왔다.
박일홍 제주도 노인장애인복지과장은 "윤달에 개장 유골 화장이 몰릴 것으로 보고 화장 수량을 1일 30구에서 60구로 2배 늘리고 6월 분은 3월 1일에, 7월 분은 4월 1일에 각각 예약을 받았는데 하루 이틀 만에 예약이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화장된 개장 유골은 대부분 가족 공동묘지에 안치되고 있다"며 "벌초를 할 자손이 줄어들자 각 문중에서 곳곳에 널려 있는 조상 묘를 한곳에 모으려고 개장해 화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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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