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완벽한 아내' 조여정, '완벽한 배우'
2017-05-08 00:03
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모두들 그를 향해 ‘미친 연기’라고 극찬을 하지만, 자신은 아직 부족하다며 스스로에게 냉정했다. 배우 조여정 이야기다.
최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완벽한 아내’에서 문제적 주부 이은희 역을 맡아 롤러코스터 같은 감정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해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은 조여정을 제 19대 대통령 선거의 사전 투표가 시작된 날,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희대의 사이코 패스를 연기한 그는 종영 소감을 묻는 첫 질문에 대뜸 “세상이 달라 보여요. 정신적으로 피폐했었거든요”라고 운을 뗐다.
“배역 때문에 힘들었어요. 대본 분석할 시간이 짧은데, 길었어도 아마 힘들었을 것 같아요. 캐릭터에 대한 미련은 없어요. 잘 끝내서 다행이에요.(웃음)”
“명장면들을 많이 물어보셨는데, 저한텐 정말 그런 것 하나 없었어요. ‘언니~’라고 부르는 그 한 마디도 고민이었습니다. 어떤 대사도 쉬운 게 없었어요. 일반 사람의 정서의 여자가 아니기 때문에 토씨 하나까지도 너무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촬영 내내 뇌에 쥐가 나는 느낌이었어요. 캐릭터에 대한 공감이 전혀 안가다 보니 그래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제가 공감하지 않으면 보시는 분들도 못 믿잖아요. 캐릭터를 공감 시키는 게 배우의 역할인데 제가 이은희를 공감하지 못했으니까요.”
캐릭터를 공감하지 못했기에 연기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본인에게 없는 성향인 ‘집착’을 키워드로 극을 이끌어가야 하는 조여정에게 ‘완벽한 아내’는 그야말로 도전이었다.
어려운 연기에도 불구하고 극중 이은희는 조여정이 아니었으면 해낼 수 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만이 그려낼 수 있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조여정을 비롯한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극이 지나갈수록 막장으로 전개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극 개연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 됐다.
“사실 그게 숙제였어요.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대사들이 모두 센데 ‘어휴 저런 사람이 어딨어’라는 느낌이 없었으면 했거든요. (개연성이) 이 드라마에서 가장 숙제였던 것 같아요.”
그에게 이은희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특히 가장 어려웠던 연기에 대해서는 “악역인데 너무 무거우면 사람들이 오래 보기에 지칠 것 같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계속 보기에 질리는데, 그러면 안 되지 않나요. 최대한 산뜻하게 할 수 있는 게 어떤 표현이 있을까 고민했죠. 어떤 느낌의 소리로 전달할 수 있을까 그런 분석을 하느라고 너무 어려웠던 것 같아요.”
어려웠던 연기라며 거듭 힘들었던 촬영 당시를 토로한 그였지만, 답습한 연기는 없었다. 그저 자신의 경험이 도움이 됐다며 웃었다. 조여정이 약 20여 년간 연기를 해오면서 쌓아온 내공의 결과라 볼 수 있다.
“배우는 경험이 버릴 게 없다고 느껴졌어요. 사실 제가 배우 생활을 하면서서 만난 모든 악인들이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웃음) 제가 느낀 건 자기 생각이 절대적으로 맞다고 믿는 사람들은 굉장히 얼굴도 밝고 눈이 초롱초롱 하더라고요. 그것 보다 더한 악인은 없다고 느꼈어요. 이건 범접할 수 없는, 소통에 대한 차단이지 안을까요. 닫아 놓고 이게 맞다고 하고, 그래서 너무 행복하고 심지어 맑기까지 하더라고요. 이은희를 연기하면서 그런 게 떠올랐어요. 그래서 은희는 완벽하게 자신의 행동이 맞는 거라고 해맑게 믿는 인물이라서, 저도 그렇게 하자고 생각했죠.”
어떻게 보면 ‘완벽한 아내’는 조여정의 연기가 극 전체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조여정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명품 연기를 선보였다.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그를 향한 연기 극찬은 자연스레 연말 연기 대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상은 저와 별개라는 생각이었어요. 제가 상복은 없거든요. 만약 상을 받는다면 완전 감동할 것 같아요. 워낙 상에 대해서는 기대가 없어서..(웃음) 제게 주신다면 정말 말 그대로 ‘상’이 될 것 같아요.(웃음)”
※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