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5월 분수령’···안팎으로 바쁘다
2017-05-01 13:56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삼성 전 계열사가 5월에도 바쁜 행보를 이어간다.
사업적으로는 2분기, 더 나아가 상반기 실적을 결정짓는 시기인 이달에 가능한한 최대 결실을 얻기 위해 영업과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5월은 와병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지도 3년째 되는 달이다. 구속기소된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강도 높은 재판 일정을 소화한다. 이에 삼성은 비상경영사태를 유지하면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증인심문 시작, 대선 결과가 변수
이 부회장과 변호인단은 그동안 재판에서와 마찬가지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측의 요구에 지원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강요에 의한 것일 뿐 대가관계는 아니었다고 주장할 예정이다. 서증조사에서 특별검사측이 삼성과 청와대간 대가성 거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삼성측이 다소 유리한 분위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직 재판이 진행중인 만큼, 삼성측 변호인단은 특검의 증인심문 공세에 대처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를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삼성은 오는 9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가 향후 재판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은 당초 5월 말로 예정된 이 부회장에 대한 1차 선고기일이 구속 만료 기일인 8월까지 연장될 수 있다는 예측에 고민하고 있다. 특검법에 따르면, 특검이 공소제기한 사건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해 신속히 해야 하며 1심 판결은 공소제기일부터 3개월 이내에, 제2심 및 제3심 판결은 전심 판결선고일부터 각각 2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하지만 증인신문에 이어 피의자신문까지 이뤄질 수도 있는데다가 아직까지 보류 중인 증거가 많아 최종 기록을 검토하고 판결문을 작성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 때문에 재판부는 1심 판결기일을 미룰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재판이 길어질수록 이 부회장 경영공백에 따른 사업 차질과 회사의 글로벌 이미지 타격도 커지고, 외부요소의 개입 여지도 확산된다 최악의 경우 1차 선고에서 유죄 판결이 난다면 추후 상황은 겉잡을 수없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삼성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놓고 결과에 따른 대응안을 고민중이지만 지금은 이 부회장의 완벽한 무죄, 재판 승소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건희 회장 ‘병상 3년’ 상태는 여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병상에 누운지 오는 11일이면 만 3년이 된다.
이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10일 서울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켜 인근 순천향대학 서울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CPR)을 받고 다음 날 새벽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져 막힌 심혈관을 넓혀주는 심장 스텐트(stent) 시술을 받았다. 이후 심폐기능이 정상을 되찾자 입원 9일 만에 중환자실에서 병원 20층에 있는 VIP 병실로 옮겨져 지금까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의 건강상태는 호전되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심각하게 나빠지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상태에 대해 되도록 말을 아끼고 있다. 소식을 들은지도 오래 된데다가 현재 회사가 처한 상황에서 되도록 언급을 하지 않는 게 좋다는 판단에서다”라면서 도“처음 수술을 받을 때보다는 나아졌다는 정도만 알려졌을 뿐 가족들과 최측근들만 알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은 이 회장 입원 직후 이 부회장이 주도해 화학·방산 부문을 한화와 롯데에 매각하고 삼성물산과 에버랜드 등 계열사들의 사업구조개편을 추진하는 한편, 하만을 비롯해 해외기업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미래를 준비해왔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이러한 작업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이 회장은 그동안의 삼성의 진화 과정은 물론 현재 아들의 구속기소와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 등 최근 일련의 소식은 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미술관 리움과 호암미술관 관장직을 내려놓은 부인 홍라의 여사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등 가족들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옛 비서실 임원 등 몇몇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마케팅 총력전, 하반기까지 분위기 이어간다
총수 경영 공백이 이어지고 있으나 회사는 사업 일정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1분기 9조9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반전에 성공한 삼성전자는 2분기 최대 성수기인 5월에 실적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5월은 상반기 실적을 가늠하는 시기이자, 하반기 시즌을 겨냥한 제품 소싱을 가장 많이 하는 기간이다. 그 어느 때보다 영업력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2분기에 실적에 반영되는 갤럭시S8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는가가 관건이다.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 전자 계열사의 실적도 갤럭시S8에 달려있다. 갤럭시 S8은 국내에서만 사전예약 100만4000대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운데 이어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도 전작 갤럭시S7을 능가하는 예약판매 성과를 기록하는 등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5월은 상반기와 하반기를 이어주는 중요한 시기이므로 이달 제품 판매가 올해 농사를 가늠짓는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라면서 “갤럭시S8은 예상을 뛰어넘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그동안 성장을 주도해 온 반도체도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글로벌 IT 세트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강력한 경쟁자인 도시바의 불안한 내부사정 덕분에 반사이익을 얻고 있으며, 디스플레이 부문도 프리미엄 제품 판매 증가 덕분에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2분기에 12조원 이상의 역대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분기 이후에는 애플의 차기 신제품 출시가 예상되어 어려움이 있겠지만,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8 등 차기작들을 대거 내세워 경쟁자들의 추격을 따돌린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