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왜 유독 경유값만 건드리나...미세먼지 주범 경유차, 운행·판매 제한 가닥
2017-04-30 15:02
LPG 상대가격은 적정 수준
아주경제 원승일 기자 =정부가 경유가격 인상을 추진하는 이유는 경유를 쓰는 자동차, 건설기계 등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다는 문제 인식에서 출발한다.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경유가격을 올려 경유차의 운행 및 판매를 억제하고, 노후 건설기계 교체 등을 유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등에 따르면 수도권의 경우 미세먼지(PM2.5) 배출 비중은 경유차 29%, 경유를 쓰는 디젤엔진이 장착된 건설기계 22% 등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미세먼지를 만드는 입자인 질소산화물(NOx)의 경유차 배출 비중도 44%에 달한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030년까지 경유 승용차 운행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등 유럽 선진국은 2025년부터 경유차 판매 금지를 선언한 바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경유차 운행 억제를 위해 액화석유가스(LPG) 자동차 판매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했다. 현재 LPG 신차의 경우 일반인은 7인승 이상 다목적 차량과 배기량 1000㏄ 미만 경차, 하이브리드차만 살 수 있는 규제를 없애겠다는 게 골자다.
현재 국내 휘발유, 경유, LPG 에너지 상대가격 체계는 100대85대50 수준으로 맞춰져 있다. 경유(85%)만 보면 OECD 평균 상대가격(89~90%)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셈이다.
다만 LPG(50%) 상대 가격은 OECD 평균(46~47%)보다 한국이 높다. 정부가 LPG보다는 경유 상대 가격을 상향 조정하려는 이유다.
사실 정부는 경제상황과 에너지 수요에 따라 에너지 세제 개편을 추진해 왔다.
정부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상대적으로 저렴한 LPG 차량 소비가 급증하자 세수 감소 등을 이유로 LPG 상대가격을 올리는 1차 에너지 세제 개편을 단행했다.
지난 2000년에 나온 1차 개편안을 통해 2005년까지 휘발유, 경유, LPG 에너지 상대가격 체계는 LPG 가격이 오른 100:75:60으로 정해졌다.
이후 경유차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경유 가격은 올리고 LPG 가격은 내리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어 '경유승용차 허용에 따른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방안' 공청회를 열었고, 지난 2004년 휘발유, 경유, LPG 가격을 100:85:50으로 맞추는 2차 에너지 세제 개편안이 나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세먼지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면서 다시 한번 경유 상대가격을 상향조정하는 3차 에너지 세제 개편을 추진하는 것이다.
현재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 방안 연구에 참여 중인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현재 휘발유는 100%로 맞춰져 있고, LPG값은 적정 수준이기 때문에 경유 상대가격을 85% 이상 올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금 인상 여부가 경유차 구매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유 상대가격 인상은 불가피하고, 미세먼지 저감이 목적이라면 경유값은 95%까지 올리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