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으로 탄력받은 터키 에르도안, 사회단속 고삐 쥔다

2017-04-30 14:01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쿠데타 진압과 대통령 중심제 개헌안 가결로 권력이 더욱 공고해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위키피디아 접속을 차단하고 대규모 반대파 숙청을 재개하는 등 사회 단속에 고삐를 쥐고 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터키 정부는 세계 최대 온라인 백과사전 사이트인 위키피디아의 접속을 금지시켰다. 

터키 교통해양통신부는 위키피디아에 터키가 테러 그룹과 공조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면서 “국제 무대에서 터키에 대한 흑색선전을 퍼뜨리고 있기 때문에 접속을 차단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키피디아에 이 같은 내용의 삭제를 요구했지만 위키피디아가 거절했으며 터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접속은 다시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위키피디아는 지난 16일 국민투표에서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 중심제로 개헌안이 통과된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을 일시적으로 ‘독재자(dictator)’로 표기했다가 삭제한 바 있다.

시민단체들은 터키 정부가 작년 쿠데타 이후 당국이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차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작년 쿠데타 이후에도 터키 정부가 대규모 구금이나 테러가 발생한 뒤 수시로 트위터, 유튜브 등의 소셜미디어를 일시 차단해왔다고 지적했다. 터키 정부는 작년 7월 쿠데타 시도 이후 국가비상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데, 국가비상사태 하에서 정부는 헌법, 법률에 구애받지 않고 칙령으로 국민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

이번 접속 차단과 관련해 위키피디아 설립자 지미 웨일스는 트위터에 "정보 접근은 인간의 기본권이다. 나는 언제나 터키인의 편에서 이 권리를 위해 싸울 것이다"고 적었다.

터키 당국의 반대파 숙청도 다시 빠르게 재개되고 있다. 29일 터키 정부는 작년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한 펫훌라스 퀼렌에 동조했다는 혐의로 공무원 3974명을 해임했다고 공식 웹사이트에 게재했다. 여기에는 교도관, 학자, 공군 조종사 등이 포함됐다.

또한 국가 안보에 반하는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18곳의 학문재단과 14곳의 비정부 조직, 13곳의 의료 단체를 폐쇄하기로 했다. 사흘 전 같은 혐의로 전국에서 1120명을 구금하고 경찰 9103명을 직위 해제한 지 불과 사흘 만이다.

작년 쿠데타 이후 지금까지 터키에서는 쿠데타 관련 혐의로 4만7000여 명이 구금되고 민관 부문을 통틀어 약 12만 여명이 해임됐다.

그밖에도 29일 터키 정부는 인기 있는 데이트 TV 프로그램이 터키 사회의 전통과 관습에 어긋난다면서 방영을 금지키로 했고, 터키의 대표적인 휴양지 안탈리아 주는 공공 안정과 질서 유지를 위해 공원과 광장 등 공공장소에서 노천 음주를 금지키로 했다.

당국의 반대파 숙청과 사회 단속이 강회되면서 유럽 등 서구 사회에서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로 알려진 에르도안 대통령이 21세기 술탄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터키를 세속주의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사회로 되돌리진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