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대통령제 개헌안 가결..독재냐 국가안정이냐 터닝포인트
2017-04-17 10:56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터키 국민들이 16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대통령에 힘을 집중시키는 개헌안을 가결시켰다. 테러와 경기 침체에 허덕이던 터키가 국가 안정을 바탕으로 도약할지 아니면 장기 집권 토대를 마련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재 우려가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6일 밤 국민투표에서 승리를 선언했다.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1923년 공화국을 수립한 지 94년 만에 터키는 의원내각제를 폐기하고 대통령중심제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터키 국영매체 아나돌루 통신에 따르면 찬성이 51.2%, 반대가 48.8%를 나타내면서 근소한 차이로 개헌안이 가결됐다. 투표율은 87%였다.
대통령제로의 전환을 강력히 주장하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16일 밤 기자회견을 갖고 “이제 터키에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됐다”면서 결과를 자축했다. 그는 개헌을 통해 테러, 경기 침체, 시리아 갈등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국가안정이나 독재냐 갈림길
새 헌법에 따른 정부구조는 2019년 11월 대선·총선 이후 발효될 예정이다. 대통령에 권한을 몰아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헌안이 통과되면서 터키는 국가안정을 토대로 도약할지 새로운 독재시대를 열지 갈림길에 서게 됐다.
이 같은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해 반대파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재가 현실화되고 터키의 민주주의가 상실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미 14년간 실질적 1인자로 군림해 온 에르도안 대통령이 앞으로 10년 이상 장기 집권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터키의 독재자(Turkish dictator)’로 묘사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쿠데타 이후 터키 정부가 반대파 탄압을 강화한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부추겼다. 작년 쿠데타 시도 후 터키 정부는 약 4만명을 쿠데타 관련 혐의로 체포하고 12만명 이상의 공무원을 해임시켰고 140여개 언론을 폐쇄했다.
그러나 개헌 찬성파들은 독재 우려를 일축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자문인 데하 데네메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체제 변화에 대한 비판은 에르도안을 겨냥하고 있다”면서 “선거가 있는 한 독재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찬성파들은 개헌안 가결로 터키 사회의 안정이 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의사결정이 대통령에 집중되면 침체에 빠진 터키 경제를 되살리고 테러로부터 시민들을 더 잘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찬성에 표를 던진 시민들도 여기에 호응했다.
개헌안 부결을 넌지시 지지해 온 유럽 국가들은 일단 이번 결과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16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국민투표 결과와 헌법 개정이 미칠 지대한 파급력을 고려해 터키 당국이 이행 과정에서 가급적 광범위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낼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은 국민투표 가결을 환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작년 쿠데타 시도와 테러로 인해 곤두박질쳤던 터키 리라화 가치는 개헌안이 가결됐다는 소식이 나온 직후 달러 대비 2.4%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