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집으로 배달되던 '읽는 즐거움'…국립중앙도서관 '신문소설'전

2017-05-01 12:00
이광수 '무정'·심훈 '상록수' 등 신문연재소설의 어제와 오늘 조명

1934년 조선중앙일보에 연재된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사진=국립중앙도서관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신문은 작가들의 호흡을 길고 강한 체질로 만들어주는 하드 트레이닝의 무대이며, 무명 가수들을 화려한 프리마돈나로 데뷔시키는 카네기홀이다."

28세 때 '별들의 고향'(조선일보·1972)을 연재하며 선풍적 인기를 불러일으킨 최인호 작가는 당시 한 일간지에 '신문소설'에 대한 의견을 이같이 피력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신문소설의 어제와 오늘을 조명하는 전시가 열려 관람객들의 이목을 끈다. 

국립중앙도서관(관장 박주환)은 오는 6월 18일까지 본관 1층 전시실에서 '매일 읽는 즐거움 - 독자가 열광한 신문소설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에게는 작품을 발표하는 공간으로, 독자에게는 새로운 읽을거리를 제공했던 신문소설의 어제와 오늘을 조명한다.

근대 이후 우리나라에도 신문이 간행되기 시작하면서 신문사에서는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이야기와 삽화를 게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자 미상의 이야기나 외국번안 소설 등을 싣던 것이 독자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1920년대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이 창간되면서 신문소설은 더욱 활성화했다. 신문마다 소설연재 지면을 고정하는가 하면, 많은 문학작가는 신문연재를 통해 작품을 발표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제대로 된 책을 사서 읽을 수 없었던 대중에게 날마다 배달돼 오는 신문에 실린 소설은 특별한 읽을거리였으며, 인기 있는 소설은 단행본으로 출판되거나 영화·드라마로 제작되는 등 대중문화발전을 견인해 왔다.
 

1917년 매일신보에 연재된 이광수의 '무정'. [사진=국립중앙도서관 제공]


전시는 모두 5개 주제로 구성됐다. 1부 '신문소설이 걸어온 길'에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신소설로 평가받는 '혈의루'(만세보·1906)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변천과정을 형성기, 확산기, 전성기, 쇠퇴기 등의 흐름으로 살펴본다. 이어 2부 '신문소설과 함께한 삽화'는 주요 삽화작품과 작가를 소개하면서 화가에서 신문사 소속 삽화가, 전문 삽화가, 일러스트레이터로 변화해 온 신문소설 삽화 역사를 보여준다.

1·2부가 신문소설의 연혁을 살펴본다면 3부 '신문소설 깊이 알기' 는 주요 작품을 깊이 있게 파고든다. 여기에서는 장편소설 탄생의 주요한 창구로 기능한 신문소설 중 독자들이 특히 열광했던 이광수의 '무정', 심훈의 '상록수', 정비석의 '자유부인' 등 10개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신문 연재면, 출판 도서를 함께 만날 수 있다.

또 4부 '영상으로 보는 신문소설'에서는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된 신문소설을 직접 영상으로 감상해 볼 수 있으며, 마지막 5부 '직접 보는 신문소설'에선 롤(roll)로 제작된 신문소설을 직접 읽어보거나 신문소설 접지 책자를 제작해 볼 수 있다. 

특히 올해는 한국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로 평가받는 이광수의 '무정'이 매일신보에 연재된 지 100년째 되는 해로, 국립중앙도서관 문학실 내에서 '무정(無情) 백년(百年), 근대문학의 기원을 찾아서' 특별전도 함께 진행된다.
 

1954년 서울신문에 연재됐던 정비석의 '자유부인' [사진=국립중앙도서관 제공]


이외에도 전시 기간 중 소설가 정이현('달콤한 나의 도시' 연재·5월 13일), 김선우('세 개의 달' 연재·5월 27일), 김영하('퀴즈쇼'·6월 3일) 등 신문연재소설 작가와 함께하는 문학콘서트도 열려 작품에 대한 이야기나 연재 당시 에피소드 등을 들어볼 수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관계자는 "인터넷으로 기사를 검색하고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읽는 시대에 살지만, 근대 이후 우리 독서 문화발전을 견인한 신문소설을 통해 읽을거리로서의 신문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우리 문학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