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조사관 부족한 공항…감염병 초기방역 부실 우려
2017-04-27 06:00
김포공항엔 역학조사관 전무…인천공항도 야간시간대 '구멍'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같은 해외 감염병의 유입에 대비, 1차 저지선인 국제공항에 배치된 역학조사관이 턱없이 부족해 초기 방역망에 구멍이 뚫릴 우려가 큰 것으로 지적됐다.
역학조사관은 감염병 의심사례가 발생하면 현장으로 달려가 발생원인과 감염경로 등을 파악해 적절한 방역대책을 세우는 핵심인력이다.
27일 보건복지부와 감사원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는 2015년 5월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의 국내 유입과 확산을 막고자 주요 국제공항에 24시간 감시체계를 구축하기로 하고 의사 자격을 갖춘 정규직 역학조사관 9명과 검역인력 146명을 증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검역인력 31명만 충원했을 뿐 역학조사관은 단 1명도 확충하지 못했다.
검역인력은 입국자에 대한 발열 감시나 건강상태 질문서를 수거하는 업무를 주로 할 뿐, 역학조사관만이 긴급 상황 발생 때 감염병 발생장소를 일시 폐쇄하는 등 실질적인 방역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이 2016년 11월 21일부터 12월 7일까지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기관운영 감사를 벌인 결과, 김포국제공항에는 역학조사관이 배치되지 않은 채 검역인력이 역학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국제공항과 김해국제공항에는 각각 1명의 공중보건의사가 역학조사관으로 배치돼 있을 뿐이어서 교대 근무가 불가능했다.
인천국제공항도 사정이 비슷했다. 비록 공중보건의사 신분의 역학조사관 3명이 있지만, 근무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여서 24시간 감염병 감시가 불가능한 구조다.
2016년 8월 기준 인천국제공항의 항공편 이착륙 기록을 보면 감염병 오염국가에서 출발한 항공편 106편 중에서 역학조사관이 근무하지 않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 사이에 입국하는 항공편이 39편(37%)에 달했다.
감사원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항공기가 운항하는 점을 고려해 역학조사관이 24시간 근무하는 체제가 필요하다"며 "감염병 초기방역 강화를 위해 24시간 방역체계를 유지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질병관리본부에 통보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는 "행정자치부에 역학조사관 9명의 증원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행정자치부에 적극적으로 협조를 요청해 역학조사관을 증원, 주요 공항에서 24시간 감시체제를 가동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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