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트럼프 100일 동안 기대→실망→대치 '롤러코스터'
2017-04-27 05:00
'햄버거협상' 기대했다가 대북강경노선 굳어지자 반발 노골화
北, '말폭탄' 던지며 대화 재개 염두에 두고 계산 분주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오는 29일(현지시간)로 출범 100일을 맞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바라보는 북한 지도부의 심경은 다소 복잡해 보인다.
군사적 위협을 서슴지 않는 등 역대 어느 미 행정부보다 과감하고 행동주의적인 트럼프 정부의 대북 기조는 북한 김정은 정권에게도 새롭게 마주한 대미관계의 '변수'였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 동안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조심스러운 '탐색전'이 '강 대 강'의 대치 구도로 옮겨가는 과정이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한동안 북한은 직접적 대미 비난은 자제하면서 자신들의 달라진 '전략적 지위'를 새 행정부에 각인시키기 위한 메시지 공세에 집중했다.
유세 기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의 '햄버거 협상'이나 대외 불(不)개입 주의 노선 등을 거론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소 기대를 거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최선희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을 내세워 미국 전직 당국자들과 반관반민(트랙 1.5) 대화를 추진하는 등 트럼프 정부가 입안할 새 대북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새 대북정책이 강경 노선으로 구체화하자 북한의 반응도 기대에서 실망으로 빠르게 옮겨갔다.
미국의 대규모 전략자산과 역대 최대 규모의 미 특수전 부대가 투입된 가운데 3월 초 시작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북한에게 첫 '리트머스 시험지'가 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3월 4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트럼프 정부가 "우리에 대한 군사적 압박과 침략 기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절대로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2월 12일)과 주일 미군기지를 겨냥한 스커드-ER 탄도미사일 4발(3월 6일) 시험발사 등 중강도 도발로 트럼프 정부를 자극하기도 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3월 중순 동북아 순방에서 "전략적 인내 정책은 끝났다"고 선언하며 강경 노선을 공식화하고, 4월 초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중의 대북압박 '공조'가 본격화되자 북한도 트럼프 정부를 향해 노골적인 비난에 나섰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이달 14일 대변인 성명에서 트럼프 정부가 "날강도적인 본색"을 드러냈다고 규정하고, "미국의 모든 도발적인 선택을 우리 식의 초강경 대응으로 무자비하게 짓부셔버릴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에 '강공 모드'를 선택했음을 공식 천명했다.
이어 이달 15일에는 김일성 주석의 105번째 생일(태양절)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을 열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실제 위협 카드를 흔드는 대미 무력시위와 함께 "전면전쟁에는 전면전쟁"(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발신했다.
북핵 문제를 정책 우선순위에 올려놓은 트럼프 정부가 당분간 대(對)중국 협력을 통한 압박 드라이브를 계속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북미 간의 대치 국면도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앞으로도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고 주변 관계구도가 어떻게 바뀌든…(중략)…핵·경제 병진노선을 전략적 노선으로 확고히 틀어쥐고 자위적 핵 억제력을 질량적으로 계속 확대 강화해 나갈 것"(4월 26일 노동신문 논평)이라며 여전히 핵 개발에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는 결과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미국과의 대화 국면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조성하기 위한 '기싸움'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북한이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평가가 끝났다는 식으로 말하면서도, 여전히 미국에 정책전환을 촉구하는 맥락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북한은 노동신문 논평, 김인룡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의 발언 등을 통해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포기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시사하고 있다.
장 연구원은 "강화된 제재 하에서 협상 테이블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주목되는 상황에서 비핵화를 의제로 올릴지 등 협상의 성격을 둘러싼 다툼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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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