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 맞수CEO②] 외산에 밀린 ‘김영신vs 조태권’ 전통 도자‧식기 자존심 누가 세울까

2017-04-20 06:00
한국도자기 김영신 사장- ‘형제경영’ 통해 젊은층 흡수 작업
광주요 조태권 회장- ‘부녀경영’ 통해 트라이앵글 사업 구축

한국도자기 김영신 사장(왼쪽)과 광주요 조태권 회장(오른쪽).[사진= 각사]


아주경제 송창범 기자 = 김영신 한국도자기 사장과 조태권 광주요 회장이 외산에 밀린 국내 토종 도자‧식기 시장 살리기를 위한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이들은 각각 ‘본차이나’와 ‘전통도자’란 다른 제조방식의 선봉장으로써 외산에 제압되고 있는 식기 시장을 되찾고, 글로벌로 도약한다는 각오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외산 주요 도자‧식기 브랜드별 지난해 연 매출이 300억~4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는 반면 한국을 대표하는 한국도자기와 광주요는 200억~300억원도 채 안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도자기는 400억원 내외의 매출 실적을 올렸던 2012년 이후 실적이 계속 하락 중이고, 광주요는 200억원 내외에서 정체하는 모습이지만, 도자‧식기 사업만을 놓고 보면 100억원 내외로 관측된다.

하지만 김 사장과 조 회장은 모두 올해를 기점으로 반등을 꾀한다. 각각 ‘형제 경영’과 ‘부녀 경영’이란 경영방침을 앞세워 도자기와 연관된 신사업에 진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한국도자기의 김 사장은 여동생 김영은 한국도자기특판(연희점) 사장, 남동생 김영목 한국도자기리빙(계열사) 사장과 뭉쳐, 도자기를 디자이너‧작가와 주방용품에도 접목시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한국도자기를 도와 각각 ‘연희동 프로젝트’란 협업과 도자기 결합 리빙 브랜드를 선보인 상태다.

이는 김 사장이 ‘젊은층’ 흡수에 주사위를 던졌다는 얘기다. 실제 김 사장은 ‘젊은 회사’ 이미지로의 탈바꿈을 위해 다양한 디자이너들과 콜라보 등을 시도하고 있고, 20~30대 고객에 맞춘 최고급 수입식기 판매 사업에도 진입했다. 여기에 높은 품질력을 앞세우겠다는 명목 하에 ‘무제한 파손교환보증제’란 차별화 서비스까지 내놨다.

김 사장에게 형제들이 있다면, 광주요의 조 회장은 딸을 내세운다. 식문화 전문가인 둘째딸 조희경 대표를 앞세워 외연 확장에 나선다. 즉 신사업인 레스토랑 사업에서, 또다른 신 브랜드를 만들어 한식 프렌차이즈 사업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음식은 그 가치에 맞는 도자기에 담겨야 완성되고, 그런 음식을 제대로 즐기려면 어울리는 술문화도 있어야 한다”는 조 회장의 경영 신념하에 전통도자와 전통소주 ‘화요’, 한식 프리미엄 레스토랑 ‘가온’‧‘비채나’란 3가지 트라잉앵글 구조의 사업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중 한식 사업의 조력가 역할을 해왔던 조희경 대표가 한축을 담당하며 균형을 맞춘다.

이처럼 김 사장과 조 회장이 한국 도자‧식기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의지가 높은 것은 다른 업종과 달리 세습 경영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벌써 3세 경영을 한지 10년이 넘었고, 조 회장은 2세 경영을 맡은 지 30년째다. 각각 세습경영 이후 프리미엄 브랜드 ‘프라우나’와 고급 주류회사 ‘화요’ 브랜드를 자신의 이미지로 각인 시켰다.

할아버지 고 김종호 회장이 1943년 충북 청주에서 한국도자기를 창업, 아버지 김동수 회장에 이어 지난 2004년 대표직에 오른 김 사장은 3대째 본차이나 방식을 이어가고 있다. 사업이 어려워 공장이 중단 된 적도 있지만 “국내 제조 원칙, 메이드 인 코리아 유지”를 외치며 아직도 조부의 뜻을 따르고 있다.

김 사장은 “200년이 이상 가는 도자기 회사를 만들겠다”는 기조다. 다만 한국도자기에서 빠져나가 회사를 잘 알고 있는 숙부 김성수 젠한국 회장과의 경쟁이 부담스럽다.

부친인 고 조소수 창업주가 1963년 설립한 광주요를 1988년 이어받은 조 회장은 사실 6남매 중 막내로 세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당시 대우에서 해외비즈니스를 주 업무로 하고 있던 그를 어머니가 불렀고, 그 경험을 살려 현재는 세계적인 셰프들과 접촉, 글로벌을 타진 중이다. 지금은 9곳의 해외 미슐랭 레스토랑이 광주요 식기를 사용하고 있다.

조 회장은 “식당 자체가 작은 복합문화공간이란 점에서, 도자‧식기, 레스토랑, 주류를 함께 묶어 나간다”는 기조다. 다만 ‘화요’란 이름이 대중화 되면서 주류업체 이미지를 깨야 한다는 것은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