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ㆍ신평사 조선업에 엇갈린 시선
2017-04-18 15:00
아주경제 김은경 기자= 증권·신용평가사가 똑같은 조선업종을 두고 엇갈린 전망을 내놓아 투자자에 혼란을 주고 있다. 바뀌는 시황을 증권사가 빠르게 반영하는 반면 신평사는 뒷북을 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국내 3대 신평사인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국내 주요 조선사 신용등급을 잇달아 낮췄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중공업에 대한 장기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현대삼호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신용등급도 각각 한 단계씩 낮춘 'BBB+'와 'A-'로 제시했다.
한신평도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A-)과 현대미포조선(BBB), 현대삼호중공업(BBB+) 신용등급이 줄줄이 한 계단씩 내려갔다. 한기평 역시 현대중공업(A-)과 삼성중공업(BBB+), 현대미포조선(BBB+)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강등시켰다.
신용평가사 측은 국제유가 상승세 둔화와 신규 수주 부진을 이유로 든다.
성태경 한기평 책임연구위원은 "국내 조선업계는 현재 1년 남짓한 일감만 확보하고 있다"며 "부진이 지속되면 내년에 수주절벽이 닥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름세를 보이던 유가도 신통치 않다"며 "큰돈이 되는 해양 플랜트 수주는 한동안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신평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16년 말 기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3곳이 보유한 수주잔고 추정치는 약 44조원이다. 수주잔고는 매출 대비 1배 수준까지 하락했다.
홍석준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연구위원은 "단기에 조선업 리스크가 해소되기는 어렵다"며 "영업실적 감소나 유동성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증권업계 시각은 다르다.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이 성장세를 보인다는 점에 주목한다. 국내 조선사도 수혜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김홍균 동부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떨어져 LNG 플랜트 신규수주가 부진했지만, 현재 수주잔고 가운데 75%가 LNG"라며 "발주 움직임도 개선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LNG 발주가 늘어나면 생산·운송·하역 설비와 선박을 공급하는 국내 조선소도 혜택을 본다"고 덧붙였다.
다른 증권사도 비슷한 시각이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앞으로 10년 동안 400척을 웃도는 LNG선이 발주될 전망이고, 교체수요까지 고려하면 삼성중공업이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했다.
제기돼 온 불확실성보다 LNG 시장 성장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얘기다.
하나금융투자는 삼성중공업 목표주가를 1만12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52%가량 높였다. 투자의견도 3년 만에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증권가에서는 신평업계에 대한 불만이 크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업계는 신평사보다 빨리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경고했다"며 "되레 신평업계에서는 일이 터진 후에야 신용등급을 낮췄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선주 주가도 올해 들어 바닥을 벗어나고 있다"며 "현대중공업 주가는 연초 이후 10% 넘게 올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