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한무경 여경협 회장 “여성기업인 40%...그들 위한 대통령 직속 전문위 설립”
2017-04-19 06:00
아주경제 송창범 기자 = “여성 관련 정책에 대한 공약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여성기업인을 위한 내용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대선 주자들이 중소기업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기업인 내용은 따로 언급되는 게 없습니다. 우리 여성기업은 전체 사업체 수의 38.9%나 되는데도 말입니다.“
19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13일, 여성기업인을 대표하는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의 근황을 듣기 위해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회장 집무실을 찾았다.
한 회장은 대선 주자들이 표밭인 중소기업계에 가장 큰 공을 들이면서도 여성기업인에 대한 정책 내용은 내놓지 않고 있다는 아쉬움부터 표출했다. 여성기업 자체가 중소기업에 포함된 채 묻혀버린 것이다.
물론 육아와 여성일자리 등 여성과 관련된 정책 공약들은 일부 들어 있다. 하지만, 한 회장의 말대로 막상 기업을 이끌어가는 중소기업 여성 최고경영자(CEO)들의 애로점을 긁어주는 얘기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답답한 마음에 한 회장은 최근 ‘여성기업을 위한 공약집’을 만들어 대선 주자들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한다.
이 내용은 한 회장이 지난해 취임하면서 내놓은 공약으로, 꾸준히 준비하고 제기해 온 것들이다. 여성기업인이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한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이다.
한 회장의 이 같은 고민이 계속되면서, 실제 협회는 물론 여성기업계 분위기도 바뀌어 가고 있다.
한 회장이 여성기업인을 대표하는 명예직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선배 여성기업인으로서 후배 여성기업인의 성장을 지원하는 다양한 행보에 나서며 경영활동의 보폭을 넓혀 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가 회장이 된 이후 여성기업 간 거래 활성화 목적으로 ‘서로사랑네트워크’란 여성기업에 특화된 플랫폼이 만들어졌고, 브랜드 경쟁력을 위해 협회 공동브랜드인 ‘여움’을 출시했다. 이외에도 한 회장은 여성기업인 역량 강화 사업을 위해 ‘여성 CEO 경영 콘퍼런스’ 등을 새롭게 추진해 만들어 가고 있다.
한 회장은 “여성기업은 창업 후 대부분이 소상공인 혹은 소기업에 머물러 있다”며 “창업단계에서 중요하게 고려되는 부분이 상품력이라면, 기업의 성장단계에서 중요한 요소는 영업력이다. 성장단계에 있는 여성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숙할 수 있도록 협회는 판로 확대와 여성 경제인의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기업인들이 겪고 있는 판로 확대·전문인력·정보 부족 등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각오다.
이처럼 한 회장이 예전 회장들에 비해 여성기업인들에게 더 힘을 쏟는 이유는 그녀의 기업 성공 신화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남성중심 문화로 여겨지는 자동차부품 기업을 IMF 외환위기 당시 1억원에 인수, 20여년 만에 매출 7000억원 기업으로 키워낸 것. 15명에서 시작한 이 기업은 현재 직원이 1500명으로 100배나 많아졌다.
한 회장은 당시를 회상하면서 “회사의 공통문화를 만드는 것이 주효했다. 초창기 화장실 문화를 만들어, 내가 직접 청소를 하면서 직원들이 마음으로 따라주기 시작했고, 다같이 한 몸이 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통문화를 협회를 중심으로 여성기업계에도 조성해 가겠다는 것이 한 회장의 생각이다. 한 회장은 “화장실 문화를 만들었듯이, 여기에선 여성기업의 성공을 돕는 비즈니스 파트너로 서로 돕는 문화를 만들어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여성기업을 한국경제 주역으로 육성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회장은 그러면서 신뢰와 믿음을 기본으로 한 정도 경영을 강조했다. 남성 냄새가 강한 업종에서 살아오면서 자리 잡은 신념이다.
직접 경영하고 있는 효림그룹은 이 같은 신념 하에 직원들에게 믿고 맡기고, 한 회장은 협회에 거의 매일 출근하고 있다. 우선은 회장 역할에 충실하며 여성기업인을 성장시킨다는 구상이다.
그는 모든 역량을 협회에 집중시키고 관련 업무를 꼼꼼히 챙겨야 직성이 풀린단다. 인터뷰가 끝나기가 무섭게 한 회장은 여성경제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또다시 현장으로 뛰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