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호한도 16년째 5000만원..."현실화 필요"

2017-04-18 18:00

아주경제 임애신 기자 = 예금보호한도 확대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사실상 논의가 중단됐다. 이를 관할하는 금융위원회가 예금자보호한도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18일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예금보호한도 관련해서는 현재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고 전했다. 

곽범국 예보 사장은 취임 이후 예금보험한도 상향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해 왔다. 이와 관련해 연구용역도 진행했다. 물가상승과 금융시장의 규모 확대에도 예금자보호 한도는 16년째 5000만원 한도로 고정돼 있어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예금자보호는 금융기관이 경영부실 등으로 예금인출이 불가능한 경우 예보가 대신 지급하는 제도다. 예금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금융시장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1997년 1월부터 시행됐다. 예금자보호 한도는 2001년 원금과 이자를 합해 1인당 5000만원으로 책정됐다. 

곽 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2001년 이후 동일 한도로 운영되는 예금자보호 한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상향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로부터 나흘 후,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국감에서 "예금자보호 한도 조정을 전제로 검토하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임 위원장은 "경제 규모만 가지고 판단할 게 아니라 금융시장, 예금자보호 금융거래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보는 금융위 소관부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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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보험한도 5000만원은 1인당 국민총생산(GDP)과 보호되는 예금 규모 등을 고려해 정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는 1인당 GDP 대비 예금보호한도를 2배 정도로 권한다. 2001년 당시 우리나라의 1인당 GDP 대비 예금보호한도는 3.7배였지만 지난해 1.6배로 줄었다. IMF 권고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예금자보호 한도를 높이면 금융시장 안정화 측면뿐 아니라 소비자 보호에서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는 금융회사들이 부담해야 하는 예금보험료가 더 높아진다는 걸 의미한다. 금융위가 예금보호한도 조정에 신중한 이유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예금보호한도를 높이면 금융회사는 지금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다만 업권별로 거둬들이는 예금보험료는 다르게 책정하면서 보장되는 보험금 규모는 5000만원으로 동일한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금보험요율은 저축은행 0.40%, 보험·종합금융사는 0.15%, 금융투자회사 0.105%, 은행권 0.08%가 각각 적용된다. 금융업권별 표준요율에 금융사별 리스크 요인을 반영해 정해진다.

이 같은 점을 해소하기 위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김선동 의원은 지난해 12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예금보험한도를 은행·보험·저축은행 등 업종별 특성에 맞게 정하고 5년마다 적정성을 검토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김 의원은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국민들의 금융자산도 늘어나고 종류도 다양해지는데 이를 보호하는 국가시스템은 시대에 뒤처졌다"며 "소득수준과 금융환경, 해외사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예금보험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후 금융위와 예보는 개선된 예금자보호 방안을 내놨다. 보험금 수령을 일주일로 앞당기고, 보호되는 금융상품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예금보호한도 조정은 제외됐다.

조대형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예금자, 보험계약자, 증권투자자의 경우 예금보호대상이 되는 금융상품의 규모에 차이가 있고 금융상품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예금보험한도 조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