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의 느린 템포, 삼성의 외곽포도 멈췄다…승부는 5차전으로
2017-04-17 21:40
추일승 고양 오리온 감독은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도 느긋했다. 여유가 아닌 경기 운용의 묘를 살리라는 의미. 또 다른 기회도 엿봤다. 이미 6강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을 치르고 올라온 서울 삼성의 체력을 감안한 후반 승부수였다.
오리온은 경기 초반부터 경기가 술술 풀렸다. 해결사로 살아난 애런 헤인즈와 내·외곽의 활동 폭을 넓힌 이승현이 공격을 이끌었다. 최진수가 경기 초반 발목 부상으로 빠졌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주도권을 잡은 오리온은 템포를 조절했다. 공격에서는 완벽한 기회를 만들며 서두르지 않았다.
수비에서도 삼성의 외곽을 봉쇄했다. 주포 문태영과 임동섭에게 3점슛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 대신 김태술과 주희정을 풀었다. 추 감독이 경기 전 “문태영과 임동섭에게 3점슛을 맞으면 데미지가 크다. 차라리 가드에게 맞는 게 낫다”고한 전략을 철저히 따랐다. 삼성의 외곽포는 3차전에 이어 또 침묵했다.
오리온은 17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4차전 삼성과 원정경기에서 79-76으로 이겼다. 안방에서 2연패를 당했던 오리온이 원정에서 2연승을 거두며 기사회생했다.
시리즈 2승2패, 승부는 원점. 오리온이 5차전에서 승리를 거두면 역대 프로농구 사상 처음으로 4강 플레이오프에서 1, 2차전을 패한 뒤 챔피언결정전에 오르는 역사를 쓴다. 지금까지 4강 플레이오프에서 1, 2차전을 모두 이긴 팀이 20번 모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오리온은 1쿼터 헤인즈와 이승현이 14점을 합작하며 공격을 주도하며 22-9로 크게 앞섰다. 삼성은 9득점 이후 6분37초 동안 무득점에 묶이며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했다. 2쿼터도 다르지 않았다. 오리온은 템포를 조절하며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고, 삼성은 급했다. 삼성의 마이클 크레익도 실책을 남발하며 분위기를 바꾸지 못했다. 오리온은 49-30, 19점 차까지 벌리며 전반을 압도했다.
후반 들어 오리온은 삼성의 거센 추격전에 흔들렸다. 3쿼터 시작과 함께 연속 7점을 내주며 49-37, 12점 차까지 쫓겼다. 하지만 헤인즈의 꾸준한 득점과 이승현의 3점포가 터지며 다시 60-42, 18점 차로 달아났다. 추격의 흐름에도 삼성의 외곽포는 잠잠했다.
마지막 4쿼터는 뜻밖의 양상이 펼쳐졌다. 한때 22점 차까지 앞서던 오리온이 삼성의 막판 추격에 진땀을 뺐다. 삼성은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골밑을 장악하며 차곡차곡 점수를 쌓았고, 주희정의 노련한 리딩으로 경기 종료 직전 71-75, 5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오리온은 헤인즈가 해결사 역할을 하며 삼성의 거센 추격을 따돌렸다.
오리온은 헤인즈가 26점 10리바운드 8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급 활약을 펼치며 해결사 본능을 깨웠고, 이승현과 허일영이 각각 19점, 14점씩 보태 승리를 이끌었다.
반면 삼성은 라틀리프가 팀 득점의 절반 이상인 43점(16리바운드)을 쏟아 부었으나 외곽포의 침묵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날 삼성의 3점슛 성공률은 17%(3/18개)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주희정이 2개, 라틀리프가 1개를 넣었을 뿐, 문태영과 임동섭이 던진 7개의 3점슛은 모두 빗나갔다.
양 팀의 5차전은 19일 장소를 오리온의 홈인 고양체육관으로 옮겨 최종 맞대결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