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시아, 생애 첫 마스터스 우승…‘메이저 무관’ 사랑꾼의 인생 드라마

2017-04-10 15:09

[생애 첫 마스터스 토너먼트 우승을 차지한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 피앙세 앤절라 애킨스. 사진=EPA 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대표적인 ‘사랑꾼’ 세르히오 가르시오(37·스페인)가 인생의 동반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거머쥐었다. ‘명인 열전’으로 불리는 마스터스 토너먼트 그린재킷을 입으면서 ‘무관의 설움’을 완전히 씻어냈다.

가르시아는 그동안 수많은 열애설을 퍼뜨린 그린 위의 사랑꾼으로 통했다. 미모의 영화배우 제시카 알바를 비롯해 테니스 스타 마르티나 힝기스 등 끊임없는 염문설을 뿌렸다. 메이저 대회 우승을 못한 가르시아를 두고 ‘골프에 전념해야 한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하지만 가르시아는 올해 최고의 해를 보내게 됐다. 미국 골프채널 리포터 출신 앤절라 애킨스와 올해 결혼을 앞두고 있는 가르시아는 피앙세가 지켜보는 앞에서 생애 첫 마스터스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가르시아가 우승을 확정지은 뒤 가장 먼저 달려와 포옹을 하며 우승의 기쁨을 누린 것도 애킨스였다.

가르시아는 10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81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저스틴 로즈(잉그랜드)와 치열한 연장전 승부를 벌이며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우승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메이저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한 이후 22년, 74번째 도전 끝에 처음으로 이룬 짜릿한 메이저 우승 결실이었다. 명예로운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된 가르시아는 마스터스 총상금 1100만 달러(약 125억원) 가운데 우승상금으로 198만 달러(약 22억5000만원)도 두둑하게 챙겼다.

가르시아는 13번홀(파5)까지 로즈에게 2타 차로 뒤지며 또 다시 불운을 겪는 듯 했다. 하지만 14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은 뒤 15번홀(파5)에서 두 번째 정확한 아이언샷으로 홀 4m 거리까지 가까이 붙인 뒤 이글 퍼트를 넣어 로즈를 따라잡았다. 18번홀(파4)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한 가르시아는 연장전 첫 홀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해 보기에 그친 로즈를 따돌리고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가르시아는 우승을 이룬 뒤 “메이저 대회 우승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메이저 대회 마지막 날 이런 편안한 기분은 처음 느껴본다”며 “1999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처음 마스터스에 출전했을 때 ‘이 코스에서 언젠가 한 번은 우승하겠다’고 다짐했는데, 그날이 오늘이었다”고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동안 ‘메이저 우승이 없는 최고의 선수’라고 불렸는데, 이젠 ‘메이저에서 1승만 한 선수 가운데 최고’라고 불릴지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특히 이날은 유럽 선수 최초이자 1980년과 1983년 두 차례 마스터스를 제패한 ‘스페인 골프 전설’ 故 세베 바예스테로스의 생일이었다. 2011년 악성 뇌종양으로 사망한 바예스테로스가 살아 있었다면 60번째 생일을 맞는 날이었다. 가르시아는 “나의 우상이던 바예스테로스의 60번째 생일에 우승해 더욱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골프 금메달리스트 로즈는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상금은 118만8000 달러(약 13억5000만원)를 받았다.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컷을 통과한 안병훈(26)이 2언더파 72타를 쳐 공동 33위의 성적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