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대선 국면 틈타 ‘부활’ 움직임···洪 고심 깊어져

2017-04-06 16:51

홍준표 경남도지사(왼쪽)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로 선출된 뒤 김진태 후보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주경제 이정주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움츠렸던 친박(친박근혜)계가 대통령 선거 국면을 맞아 ‘재기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지율 정체를 겪고 있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는 친박 청산 문제로 인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바른정당은 대선후보 단일화의 선결조건으로 최소 ‘친박 8적’ 청산을 내걸었고, 대구·경북(TK) 지역에서는 친박계에 대한 반감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표심이 대거 이동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친박계가 홍 후보에게 ‘계륵’이 된 셈이다.

홍 후보는 지역별 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에 참석하며, 6일에는 호남과 충청 지역을 방문했다. 

그는 이날 오전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탄핵으로 인해 운동장이 많이 기울어졌기 때문에 호남 1중대(민주당)와 2중대(국민의당)가 다투는 건 의미가 없다"며 "보수우파들이 아직 집결을 안 하고 있지만 후보등록 전까지는 보수 우파들이 돌아오리라 본다"고 말했다. 결국 대선 전에 보수표가 집결하면 지지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홍 후보는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경북 지역을 시작으로 지방 행보를 펼치고 있지만, 최근 보수 표심은 오히려 안 후보 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당내 지역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보수진영 내에서도 분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동시에 역대 대선에서 단 한번도 ‘전략투표’의 고민을 해보지 않았던 TK지역 유권자들이 새로운 기로에 놓여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홍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문재인 대세론을 막기 위해 안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셈이다.

이 같은 결과는 홍 후보의 적극적인 ‘친박 껴안기’ 행보에서 비롯된 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4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TK 선대위 발대식에는 친박 핵심으로 불리는 최경환·조원진 의원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5일 부산·경남 선대위 발대식에는 친박계인 박대출·유기준 의원이 참석했다.

탄핵 국면에서 한국당 탈당 후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이정현 전 대표도 최근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5일 4·12 재선거에 출마한 김재원 한국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경북 상주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친박계의 ‘부활 조짐’에 대해 당내 초선 의원은 “현재 여론조사로 보면 당장 홍 후보를 빼고 조사할 경우 안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안 후보가 TK지역 표를 잠식하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 후보를 찍으면 결국 문재인이 당선될 것이라는 전략적 투표 심리를 먼저 잠재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홍 후보가 지금 친박계를 정리하지 않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최소 ‘친박 8적’이라도 정리해야 후보단일화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면서 “이번 투표는 호남이 아닌 영남 지역의 전략적 투표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