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밴사 몰락 시작되나

2017-04-05 15:39

아주경제 전운 기자 = 밴사들이 낭떠러지로 몰리고 있다. 국내 밴사들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신용카드 결제대행 시스템을 통해 수십 년간 연간 1조원가량의 수수료를 챙겨왔지만, 무서명거래 확산·삼성페이 등장 등으로 결제대행 활용도가 떨어지면서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특히 카드사들이 대형 가맹점과 직승인 결제망을 구축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중소 밴사들이 ‘다운사이징밴’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내놓으면서 나이스정보통신, 한국정보통신 등 대형 밴사들이 수수료를 독식하던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는 지적이다.

5일 여신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리베이트 금지로 가맹점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대형 밴사들이 최근 밴수수료 정률제 전환과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 등 계속된 악재를 겪고 있다.

신용카드 소액결제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그동안 결제 1건당 일정금액을 카드사가 밴사에 지급하던 정액제에서 일정 비율을 내는 정률제로 상당수 전환되면서 밴사들의 수익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부터 5만원 이하 무서명거래가 확산되고, 삼성페이 등 새로운 결제 수단이 생겨나면서 전표수거비를 벌어들이지 못하는 타격도 만만치 않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세계, 롯데 등 대형 가맹점과 카드사의 직승인 결제망이 확산되고 있는 점도 밴사들을 더욱 압박하고 있는 요소다.

지난해부터 밴사들이 가맹점에 제공하는 리베이트가 전면 금지되면서, 대형 가맹점이 카드사와 직승인 결제망을 확대하고 있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어차피 리베이트를 제공받지 못하기 때문에 밴사를 제외하고 카드사와 직접 거래하는 것이다. 카드사는 밴수수료를 지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가맹점수수료를 인하해주거나 무이자할부 이벤트를 늘려주는 혜택을 가맹점에 제공한다.

결국 밴사가 국내 결제 시장에서 기반을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최근들어 중소 밴사들의 역습도 만만치 않아, 대형 밴사들의 고통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최근 한국신용카드결제의 경우 가맹점들이 카드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줄이기 원한다는 점에 착안해 다운사이징밴(전용승인 대행업무)을 개발했다.

다운사이징밴은 기존 카드결제 승인중개시스템과는 완전히 다른 프로세스와 원가구조를 갖춘 승인중개시스템으로 원가절감에 따른 밴수수료 인하가 가능하다.

문제는 일부 대형유통업체들이 다운사이징밴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대형 밴사들의 시스템을 고수하던 농협하나로마트도 최근 다운사이징밴 도입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신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밴사들이 전국의 가맹점을 관리하면서 높은 밴수수료를 챙겨오고, 이를 갖고 대형가맹점에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등 비효율적인 문화가 국내 결제사업의 발전을 저해해 왔다"며 "하지만 금융당국이 리베이트를 전면 금지시키고, IT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밴사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