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배우 김재욱 "어떤 한 쪽에 치닫는 인물을 연기한다는 건 늘 매력적이죠"

2017-03-31 00:01

배우 김재욱 [사진=더좋은 이엔티]


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비릿한 악역을 연기한 배우 김재욱은 올해로 데뷔 16년차를 맞았다. 그러나 여전히 대중들은 그가 어떤 배우인지 알고 싶어 한다. 그개 바로 김재욱에게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일거다.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그가, 이번엔 살인자가 되어 돌아와 안방 극장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최근 종영한 OCN 드라마 ‘보이스’에서 극악무도한 연쇄 살인마 사이코패스 ‘모태구’를 연기한 배우 김재욱을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만났다. 드라마 종영 후 2주가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모태구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서늘하고 차가운 인상이었다. 그리고 ‘씨익’ 웃을 때면, 현장에 있던 기자들을 왠지 모르게 긴장하게 만드는 마성(?)을 지닌 그다.

“끝난지 2주 정도 됐는데 정리가 안되는 부분이 현실적으로 있기도 했어요. 그래서 끝나자마자 바로 종영 인터뷰를 하려고 했는데, 끝난 시점이 되니까 제가 말로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살인마라는 잔인한 모습의 모태구를 보며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했다.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섹시한 살인마’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다. 결코 의도하진 않았다. 그저 극중 모태구라는 인물에 집중했을 뿐이다. 그리고 비로소 김재욱이 가진 내공을 풀어낸 캐릭터가 아이러니하게도 살인마 캐릭터 모태구였다.

그는 작품이 끝났음에도 “여전히 어딘가 모태구가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다시 예전의 저로 돌아가는 과정과는 좀 다른 느낌이에요”라며 본인에게도 특별한 의미의 모태구를 쉽사리 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사진=더좋은 이엔티]


모태구 캐릭터에 김재욱을 섭외한 건 그야말로 신의 한수다. 김홍선 감독도 그를 처음에는 여리여리한 이미지로 생각했단다. 그러나 실제로 그는 ‘상남자’였다고.

“감독님을 만나뵙기 훨씬 전부터 ‘보이스’의 대본과 시나리오를 받아놨던 상황이었죠. 장면이 추가가 되거나 대사가 있는 뒷 대본이 나오지 않았던 상황이라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부분에서부터 모태구에 접근하고 있었거든요. 제가 접근하고 싶은대로 연기를 했는데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신 거라 생각해요.”

김재욱은 절제할 때는 절제하되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분위기나 에너지를 잘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고민을 갖고 모태구에 접근했다. 그리고 사회 지도층의 행위와 살인 행위 그 어느 중간 지점의 밸런스를 찾는게 가장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모태구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가 김재욱만이 소화할 수 있는 모태구를 탄생시킨 것이다.

살인자를 연기한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았다. 특별한 레퍼런스는 없었지만 그는 영화 ‘아메리칸 베일’을 언급했다.

“시나리오를 받고 대본을 읽고 제작진분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아메리칸 싸이코’의 크리스찬 베일의 이야기가 나왔어요. 태구를 만들어가고, 참고하는데 좋다고 해서 다시 찾아봤죠. 살인 행각을 하기 위해 연습을 했다거나 그런건 하지 않았고, 사이코패스라는 인물이 살인 행각을 한다거나 했을 때 어떻게 했나 찾아봤죠.”

‘보이스’ 속 모태구가 더욱 서늘하고 섬뜩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바로 외모에서 풍겨지는 깔끔한 이미지 때문일거다.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간의 탈을 쓰고, 극악무도한 살인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는 보는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던졌다. 마치 실제 살인마인냥 김재욱의 연기에 매료됐다. 많은 여성 시청자들은 그런 모태구 혹은 김재욱에게 열광했다.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태구가 악인이지만 매력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고, 그게 궁극적인 목적이었는데 기분 좋은 일이었죠. 모태구라는 인물이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사실 워낙 강렬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소화하다보니 간혹 그 이미지가 배우에게 덧씌워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김재욱은 되려 “부담스럽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사진=더좋은 이엔티]


“그 역할이 진했냐, 연했냐는 작품을 선택할 때부터 각오를 하는거에요. 그 다음 작품에 영향을 미치면 좋은 일이 아니거든요. 관객 분들이 보시고 느끼시는 부분도 고려해야하고, 그런 부분도 생각하고 작품을 선택하겠지만 너무 겹치거나 연속적으로 비슷한 캐릭터를 하지 않으려고 할 뿐이에요. 그런 문제보단 어떤 연기 톤이 됐건, 어떤 캐릭터가 됐건 맡은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려고 할 뿐이죠. 그런 걱정을 하는 건 쓸데없는 시간인 것 같아요.”

연쇄살인마 모태구는 극중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 그 중 가장 힘들었던 에피소드로 극중 심춘옥(이용녀 분) 할머니를 살해하는 장면이라고 입을 열었다.

“정말 힘들었어요. 정신적으로도 그랬고요. 이용녀 선배님의 연기 에너지가 정말 대단하셨죠.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제가 그 에너지를 받은 것 밖에 없더라고요. 연기를 했다는 느낌보다 선배님의 연기에 끌려가서 정말 자연스럽게 했던 것 같아요. 연기가 다 끝나고는 여운이 진하게 남아서 일어나기 힘들었죠. 몸이 전체적으로 흔들렸던 장면이었어요. 현장에서 직접 볼 때는 분장팀의 분장이 너무 유능해서 그런지 지나치게 리얼해서 섬뜩할 정도였죠. 그래서 그 시체의 장면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어요. 방송 심의에 대한 고민이었죠. 결국은 시신이 흑백처리가 됐는데, 이미 그것만으로도 공포감이 잘 전달됐던 것 같아요.”

실제로 존재할까 싶을 정도로 극단적인 악인 모태구를 연기한 김재욱. 그가 느낀 악역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선이든 악이든 어떤 한 쪽에서 극에 치달아 있는 인물은 제게 매력적이예요. 그렇다고 아닌 인물에 매력을 느낀 건 아니에요. 많이 볼 수 없는 인물을 연기하는 건 호기심이 있어요. 그걸 표현하는 장면을 연기하는 게 굉장히 즐거워요. 그런 인물에 대한 갈망은 늘 있었거든요. 물론 생활인처럼 마치 내 옆에 있는 연기톤도 좋아하긴 합니다.(웃음)”

‘보이스’의 모태구는 ‘권선징악’으로 끝났다. 시청자들에게는 적잖이 충격이었다. 김재욱은 마치 그런 반응을 기다렸던 듯 “굉장히 만족스러웠던 장면 중 하나였죠”라고 말했다.

“못 보던 그림이 나왔고 시청자 분들도 굉장히 놀라실 것 같았지만 그게 가장 모태구스러운 최후였다는 생각에 기대를 많이 하고 촬영에 임했던 장면이었어요. 제가 뭔가를 하기 보다는 당하는 입장에서는 당하는 공포에만 집중했죠. 그런 모습이 보여졌을 때 무리적인 생사가 아닌 모태구라는 인물이 완전히 몰락하는 걸 보셔야지 속 시원한 결말이 아니었을까요. 악의 순환에 대한 명시였죠. 그래서 오히려 시즌2에 대한 생각을 거의 해본적은 없었어요. 저 스스로는 모태구가 죽었다고 결론을 내렸거든요. 물론 어떤 형태로든 시즌2가 제작이 된다면 열과 성을 다하겠지만요. 시즌제의 작품의 가능성은 열어놨으면 좋겠어요. 시즌10까지 하면 한 배우의 인생이 담기는 걸테니까요. 그게 드라마라는 매체의 힘인 것 같아요. ‘보이스’가 그런 드라마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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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좋은 이엔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