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원라인' 칭찬은 임시완도 춤추게 한다
2017-03-30 11:32
‘원라인’은 평범했던 대학생 민재(임시완 분)가 전설의 베테랑 사기꾼 장 과장(진구 분)을 만나, 모든 것을 속여 은행 돈을 빼내는 신종 범죄 사기단에 합류해 펼치는 짜릿한 예측불허 범죄 오락 영화. 이번 작품에서 대학생 민재 역을 맡은 임시완은 이전보다 더 쾌활하고 능청스러운 얼굴로 취재진을 맞았다.
달라진 건 성격뿐만이 아니었다. 늘 자신을 괴롭히고 몰아붙이는 방식으로 캐릭터를 익혔던 임시완은 ‘원라인’을 통해 새로운 연기 방식을 터득하게 됐다. “현장에서 만들어가는” 캐릭터는 이전보다 더 유연하고 또 자유로워졌다.
“‘원라인’을 선택하게 된 건 ‘재밌어서’예요. 시나리오를 볼 때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을 만나고 출연을 결정하게 됐어요. 좋은 말과 칭찬을 엄청 많이 해주셔서요. 하하하. 꼬임에 넘어갔죠.”
“아무래도 저는 신인이다 보니 현장에서 긴장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선배님들과 감독님께서 많은 배려를 해주셨고 칭찬을 통해서 분위기를 유하게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평소에 저는 비판 속에서 자극을 받는 타입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현장을 겪어보고 나니 ‘아니었구나, 나는 칭찬을 좋아했구나’하고 느끼게 됐어요. 하하하. 칭찬의 엄청난 효과를 알게 됐죠.”
극 중 민재는 이제까지 임시완이 겪어온 캐릭터와는 달랐다. 대학생이고 신입사원이었지만 ‘미생’ 속 장그래나, ‘변호인’ 진우와는 궤를 달리했다. 더 가볍고 모났으며 유쾌하고 능청맞았다.
드라마 ‘적도의 남자’을 시작으로 ‘미생’을 거쳐 영화 ‘변호인’, ‘오빠생각’에 이르기까지. 임시완은 작품과 캐릭터에 몰입하고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밤낮없이 캐릭터 생각을 하고 캐릭터의 무게에 잠식되기도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변호인’과 ‘적도의 남자’는 어떻게 찍었는지 모를 정도로 심한 강박과 우울감에 젖기도 했었다.
“그래서 ‘원라인’은 여느 작품들과 궤를 달리했어요. 연기 스타일을 바꿔보았거든요. 최초의 시도였죠. 지금까지는 밑그림부터 채색까지 완벽하게 재고 따졌다면 ‘원라인’은 현장에 맞춰 즉석에서 결정했어요.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죠. 하지만 그 시도 자체가 유의미하다고 생각해요. 언제까지고 제가 안정적으로 할 수는 없잖아요. 발전해야하니까 계속해서 변화해나가는 거죠.”
최초의 시도. 임시완은 차근차근 앞선 작품들이 “과정보다는 결과가 즐거웠다”고 고백했다. 작품의 무게만큼이나 만들어가는 과정 역시 고통스러웠다는 것이다. 불현듯 그는 “이런 식으로 하다가는 연기를 오래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빠졌고, 자신의 방식에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바꿔가려고 해요. 저는 연기를 오래 하고 싶거든요. 그러려면 한 템포 쉬어가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동안은 이런 유연하고 즉흥적인 방법을 특화해보고 싶어요.”
임시완은 차기작인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 때문에 정신없이 바쁘다고 털어놨다. 오히려 바빠서 다행이라는 그는 새로운 변신, 새로운 방법에 대한 걱정을 슬그머니 드러내기도 했다.
“아마 바쁘지 않았다면 ‘원라인’ 반응에 대해 엄청 신경 썼을 거예요. 아무래도 새로운 시도다 보니 많은 부분이 걱정되거든요. 오히려 바쁜게 다행일 지경이에요. 드라마를 찍느라 신경 쓸 여력이 없거든요. 제가 멀티태스킹이 잘 안 되는 성격이거든요. 한 가지 일밖에 못해요.”
멀티태스킹이 어렵다는 임시완은 차기작 ‘왕은 사랑한다’를 기점으로 입대, 군 복무에 전념할 예정. 그는 “밀린 숙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공백에 대한 걱정보다는 새로이 하고 싶은 작품·캐릭터들을 이야기하며 웃었다.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게 많아요. 제가 미국드라마 ‘빅뱅이론’을 정말 좋아하는데, 리메이크된다면 꼭 셸 든 역을 해보고 싶어요. 공대생 특유의 마인드가 정말 이해되거든요. 하하하. 쉘든은 이분법적 사고에 갇혀있는데 저 역시 생각을 단순화시키는 걸 좋아해서 옳고 그름을 나누는 걸 좋아해요. 아직 ‘빅뱅이론’이 리메이크된다는 이야기는 없죠? 제가 나올 때(제대)까지는 없었으면 좋겠는데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