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보험료 등장에…양극화된 자동차 보험료

2017-03-30 00:00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직장인 하모(39)씨는 최근 자동차 마일리지 특약으로 환급받은 보험료로 아내에게 줄 화이트데이 선물을 마련했다. 출퇴근할 때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하씨는 연간 주행거리가 4000km에 못 미친다. 그는 “작년에는 10% 환급을 받았지만 올해는 마지막 달까지 주행거리를 잘 조절해 20%나 돌려받았다”며 “공돈이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았고, 오랜만에 기념일을 챙겨 점수도 땄다"고 말했다.

자동차보험 갱신철이 다가오면서 마일리지 할인으로 쏠쏠한 용돈을 챙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마일리지 할인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다음달 15일부터 마일리지 자동차보험의 할인율과 주행거리를 높이기로 했다. 연간 주행거리가 2000㎞ 이하인 경우 할인율을 기존 23%에서 35%로 대폭 확대했다. 4000㎞ 이하도 22%에서 30%로, 1만㎞ 이하는 15%에서 21%로 높였다. 주행거리도 기존에 없던 1만2000km구간을 신설하고 8% 할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평로 KB손해보험 상무는 “수년간 마일리지 특약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면서 운행량이 적은 고객일수록 우량한 고객이라는 것이 통계로 입증됐다”며 “회사는 위험도가 낮은 고객들을 모집할 수 있고, 소비자는 보험료를 아낄 수 있어 서로 ‘윈윈’”이라고 말했다.

현대해상도 다음달 1일부터 마일리지 특약 할인율을 최대 32%로 올린다. 연간 주행거리가 3000㎞ 이하인 경우 할인율이 22%에서 32%로 높아졌다. 주행거리별로 5000㎞ 이하와 1만㎞ 이하 할인율도 각각 27%, 20%로 늘렸다. 기존에 없던 1만5000㎞ 이하 구간도 신설해 6%의 할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4월 계약자부터 적용을 받는다.

앞서 한화손해보험 역시 마일리지 특약 할인구간을 최대 40%로 확대했다. 주행거리 2000km 이하는 35%에서 40%로, 2000~3000km 33%에서 36%로, 3000~5000km 28%에서 31%로 늘었고, 5000~1만8000km까지 구간별 할인율도 평군 3% 높였다. 기존에 없던 1만8000㎞ 구간도 올해부터는 2% 할인이 적용된다.

마일리지 특약은 연간 일정 거리 이내로 주행한 경우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상품이다. 주행거리가 짧을수록 더 큰 할인 혜택을 받는다. 2011년 AXA 손보가 업계 처음으로 도입했고, 지금은 모든 손보사가 관련 상품을 팔고 있다.

할인율도 초반에는 10% 안팎이었지만 5년만에 최대 40%까지 올라갔다. 때문에 가입률도 증가 추세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개인용 자동차보험 마일리지 가입률은 2013년 14.7%에서 2년만에 28.3%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손보사가 마일리지 특약을 확대하는 이유는 우량 고객을 경쟁사보다 더 많이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자동차를 적게 타는 사람들은 사고가 날 확률도 적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우량한 고객(사고률이 낮은)을 많이 확보하는 게 장기적으로 손해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량한 고객들의 할인폭이 커질수록 사고 경력이 있는 가입자들은 코너로 몰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동차보험은 특정 가입자가 할인을 받으면 그 할인폭 만큼 다른 가입자의 부담이 더해지는 구조다.

자동차보험 공동인수물건 증가폭이 급등하고 있다는 사실이 대표적인 예다. 자동차보험 공동인수는 사고 위험률이 높아 보험사 2~3곳에서 물건을 공동 인수하는 제도로 정상 가입에 비해 기본보험료가 1.5~2배 비싸다. 공동인수 기준은 지역과 연령, 차종, 사고횟수, 수리비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각 사마다 조금씩 달라 대외비로 분류된다.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공동인수물건은 2013년 4만 7000건에서 지난해 47만 5000건으로 4년만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기간 개인용 공동인수물건 역시 1만 7000건에서 26만 7천건으로 15.7배 급증했다.

이와 관련 한 보험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제로섬 구조기 때문에 한쪽의 특약 할인율이 과도해지면 이를 채우기 위해 누군가는 희생해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차량 운행이 많은 생계형 가입자나 공동인수 가입자 같은 고위험군의 보험료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