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금융위 다른 나라 노동부와 일하나
2017-03-29 16:37
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금융위원회가 책임을 노동부에 미루고 있다. 새로 만든 금융사지배구조법이 문제다. 법은 '금융사가 성과보수를 3년 이상 이연하여 지급하도록 한다'는 규정을 담고 있다. 증권사 임직원도 성과급을 3년에 걸쳐 나눠 받게 됐다. 그런데 대부분 증권사가 이를 악용한다. 퇴사한 직원에게는 잔여 성과급을 안 주고 있다. 갑질이다. 부작용이 생겼지만, 금융위는 노동부 소관이라는 입장이다.
국회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과거 성과급은 노사 자율로 줬다. 금융사지배구조법 제정으로 3년 이연 지급이 강제됐다. 퇴직자에게 이연성과급을 안 주는 금융사가 생겼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한 달 전쯤 열린 정무위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을 질타했다. 진웅섭 원장은 "퇴사가 자발적인지, 아닌지에 따라 차이가 있다"며 "이를 명확히 하고, 걱정하는 부분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장도 비슷한 취지로 답했다.
그런데 금융위가 태도를 바꿨다. 이달 13일 유권해석이 나왔다. "이연지급 규정은 성과급을 나눠 주라는 것일 뿐이다. 보수지급 자체를 의무화한 것은 아니다. 증권사는 법을 어기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성과급 지급을 강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금융위는 "근로기준법상 적합한지 여부는 따로 판단해야 한다"며 노동부에 책임을 돌렸다.
논란만 더 커졌다. 금융위는 2010년 모범규준으로 성과급 이연 지급을 권고했다. 2016년에는 새 법까지 만들어 이를 강제했다. 모두 금융위가 한 일이다. 애초 이연지급은 금융사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회사와 임직원이 이런 식으로 위험을 분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증권사 퇴직자만 억울하게 성과급을 떼이고 있다.
애초 논란 가능성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입법이다. 법이 만들어지면 노사가 자율로 풀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 당국이 사측에서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을 늦게라도 파악했다면 법을 보완해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금융위가 노동부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아니면 스스로 근로기준법을 검토해 답을 찾는 게 맞다. 금감원도 여기에 맞춰 감독하면 된다. 금융위는 스스로 만든 법에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