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심광일 주택건설협회 회장 “차기정부, 주택대출 총량 아닌 건전성으로 관리해야”
2017-03-28 10:34
“11·3 부동산 대책 등 정부의 잇따른 규제로 주요 주택 지표 악화”
아주경제 오진주 기자 = “역대 정부는 경제 현실을 반영한 정책을 적시에 추진하지 못했다. 과거 분양가 상한제 도입과 전매제한 강화 등 과도한 수요억제 정책으로 주택시장이 장기침체를 겪었으며, 이를 회복하는 데 너무 큰 대가를 치렀음을 기억해야 한다.”
심광일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장은 2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외의 녹록지 않은 여건을 마주하고 있는 주택건설산업에 대해 차기 정부의 시장 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중장기 정책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업 해소와 고용 증대 등 내수경기 진작 효과가 뛰어난 주택산업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 주택산업 붕괴는 서민경제 붕괴로 이어져
심 회장은 “지금까지 내수경제를 견인해 온 주택시장이 침체되면 국가 경제 전체에 큰 악영항을 미칠 것”이라며 “주택가격 하락 시 민간소비는 물론 GDP 하락까지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과 부동산·임대업 종사자 수는 223만명으로 4인 가족 기준으로 환산할 때 근로자 한 명당 전 국민의 5분의1에 해당하는 900여만명이 부동산 관련업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다.
이어 그는 “실제로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 매매가가 1% 하락할 경우 민간소비는 0.06%, 건설투자는 0.24%, 국내총생산(GDP)은 0.02%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반면에 매매가가 10% 상승하면 연관 산업에 종사하는 가구의 소득은 4%, 일반가구의 소득은 2% 증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 차기정부는 '주택구입자금 대출 규제와 LTV·DTI 규제' 개선해야
심 회장은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주택구입자금 대출규제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의 개선’을 차기 정부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그는 규제를 최소화해 시장의 흐름대로 주택시장이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현재 시점에서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심 회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은 규제로 작용해 시장을 왜곡하고 자생력을 반감시킬 수 있다”며 “대내외 불안 요인이 현실화돼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때 정부가 온기를 불어넣고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가계부채 관리방안과 11·3 부동산 대책 등 정부의 잇따른 규제 강화로 최근 주택 거래·가격·공급 등 주요지표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수출 부진과 국내 경기 침체로 이어져 국가 경제를 버텨온 주택시장에 경고음을 울린다는 것이다.
심 회장은 “주택자금을 억제하면 주택업체의 분양성이 악화돼 사업 리스크와 미분양에 대한 우려가 커지게 된다”며 “미분양은 주택업체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져 국가 경제에도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주택가격 하락 시 더 큰 가계부채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이에 심 회장은 “주택구입자금 대출규제를 합리적인 수준에서 강도를 조절해 주택시장의 급격한 위축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오는 7월 끝나는 ‘LTV·DTI 규제 완화 조치’를 연장해 주택수요 심리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특히 “금융기관에서 일방적으로 인상하고 있는 가산금리가 적정수준에서 책정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지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가계부채는 총량 아닌 ‘건전성’으로 관리돼야
심 회장은 최근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가계부채는 ‘총량’이 아닌 ‘건전성’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심 회장의 주장이다.
지난해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이후 잔금대출에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로 하는 등 각종 규제가 쏟아져 나오면서 중도금 집단대출이 어려워져 결국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는 것이 심 회장의 의견이다.
심 회장은 “한계가구 증가를 방지하고 금융기관 부실을 예방하기 위해 가계부채의 관리가 중요하다”면서도 “집단대출 같은 주택마련을 위한 대출을 줄여서 가계부채 증가를 단순히 총량적으로 억제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집단대출은 담보가 확실하고 수분양자의 변제능력과 상환의지가 높은 대출 형태”라며 “사업과 생계 목적인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과는 성질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현재 금융당국에서는 중도금 집단대출에 대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지 않고 은행 스스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사항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금융권 스스로 중도금 집단대출을 줄이도록 ‘그림자 규제’를 하고 있다는 것이 심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결국 가계부채 부실과 주택시장 침체 책임을 모두 피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책임 회피와 이를 영리추구의 기회로 이용하는 금융기관의 행태 때문에 주택금융 수요자가 최종적인 피해자가 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실수요자의 주택구입 의지가 꺾이지 않는 선에서 가계부채 건전성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금융기관을 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중견건설사도 주택 품질 높여 소비자 신뢰 구축해야
심 회장이 이끌고 있는 대한주택건설협회는 국내 7000여개의 중견건설사를 대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지방에서 미분양 물량이 쌓이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견건설업체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심 회장은 중견주택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업체 나름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브랜드를 개발해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최근 브랜드 아파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견주택업체들이 브랜드를 육성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며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해 주택의 품질을 높여 소비자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술 개발을 통해 고효율·친환경 주택을 위한 새로운 주택평면과 내부설비 및 인테리어를 개발해 급변하는 주택수요자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며 “주문설계 등 차별화된 사업전략을 통해 주택전문기업만의 독특한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심 회장은 중견건설사들의 노력에 대해서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최근 건실한 중견주택업체들을 중심으로 브랜드파워를 높이고, 마케팅과 설계에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제는 덩치가 큰 대형업체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차별화된 기술과 경영 능력을 겸비한 경쟁력 있는 우수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라고 말했다.
◆ ‘소규모 정비사업’, 중소주택업체들의 새로운 길 될 것
심광일 회장은 최근엔 기존 뉴타운 사업의 대안으로 등장한 가로주택정비사업이나 소규모재건축사업 등 소규모 정비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심 회장은 “협회에서도 중소주택건설업체들에 적합한 소규모 정비사업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중소업체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원활한 사업비 조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와 협약을 체결해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총 사업비의 90%까지 대출이 가능하도록 대출보증상품을 출시하고 건축공사비도 지원해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회장은 “소규모 정비사업의 절차 간소화와 건축규제 완화를 통한 사업활성화 지원을 내용으로 한 ‘빈집 등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라며 “소규모 정비사업에 대출보증과 건설비가 지원된다면 중소주택업체들의 참여가 늘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 심광일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장은
△1975년 중앙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1988년 한양대학교 산업대학원 건축공학 석사 △1989년 (주)석미건설(현 대표이사) △2010년 대한주택건설협회 경기도회장 △2015년 경기도 경제단체연합회 이사 △2016년 주택도시보증공사(현 비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