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산업은행… "되는 일이 없다"

2017-03-27 18:20

산업은행 본점 [사진=산업은행 제공]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산업은행이 곳곳에서 커다란 암초를 만났다.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을 비롯해 금호타이어·대우건설 매각 등 현재 추진하고 있는 일마다 사면초가다.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현재 금호타이어·대우건설 매각, 대우조선 유동성 지원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앞서 산은은 지난 1월 중국 더블스타타이어를 금호타이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더블스타 측은 지난 14일 채권단에 9550억원을 내고 지분 42.01%를 받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채권단에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도록 요구하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중국 기업의 매각을 우려해 참견하면서 논란만 증폭되고 있는 상태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이날 주주협의회에 부의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컨소시엄 허용 여부'에 대한 최종 의견을 취합했다. 문제는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산은이 소송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박삼구 회장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더블스타에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고, 반대로 기존 입장을 고수한다면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에서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도 산 넘어 산이다.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에 신규자금 2조90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이에 앞서 국책은행, 시중은행, 회사채 채권자가 대우조선에 대한 대출금 2조9000억원을 출자전환한다는 조건이다.

하지만 당장 국민연금의 동의 여부가 불투명하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대우조선 회사채는 약 3800억원으로 전체 채무조정 대상 회사채(1조3500억원)의 30% 규모다. 정부의 시나리오대로 가려면 국민연금의 동의가 필수다. 현재 국민연금 안팎에서는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다. 시중은행들도 큰 틀에서 대우조선 정상화에 동의하고 있지만 회사채 출자전환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먼저 채무조정에 동의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자율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강제력을 동원하는 프리 패키지드 플랜(P-플랜) 방식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P-플랜이 발동될 경우 대우조선은 신규 수주는 물론 발주 취소 등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정상화가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대우건설 매각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산은은 올해 내로 대우건설 매각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단 지난해 회계감사에서 '적정의견'을 받으며 한시름 놓은 상황이다. 하지만 주가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매각 관련해 대우건설의 적정주가로 한 주당 1만3000원을 제시한 바 있다. 앞서 산은은 2010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총 3조2000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현재 대우건설 주가는 한 주당 7000원 수준으로 지분가치는 인수가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대규모 손실을 보면서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할 경우 거센 비판이 예상된다. 이에 시장에서는 대우건설 매각이 내년으로 연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 문제만 가지고도 벅찬 상황인데 금호타이어와 대우건설 등 굵직한 현안이 동시에 닥쳤다"며 "이제 막 취임 1주년이 지난 이동걸 회장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