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금호타이어·대우건설·대우조선 해법 찾기 골몰
2017-03-27 18:06
◆ 산업은행 기준 오락가락, 금호타이어 매각 표류
금호타이어 사례가 대표적이다. 금호타이어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 허용 건과는 별개로 인수전과 관련해 법적 소송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산업은행은 '컨소시엄 허용 불가' 원칙을 고수했다. 하지만 박 회장의 소송 예고 등 강경한 입장과 더불어 최근 정치권에서의 기술 유출 논란이 불거지면서 강경했던 자세에서 한 발 물러섰다. '컨소시엄 구성 허용 여부'와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 여부에 따른 조건부 허용' 등 6개 은행들의 의견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현재 채권단 내부에서는 무작정 컨소시엄을 허용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 회장이 1조원에 달하는 인수 비용 조달 계획을 밝혀야 한다는 조건부 허용 기류가 강하다. 반면, 박 회장 측은 컨소시엄 구성 허용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양측이 팽팽히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금호타이어 매각 지연은 '갈피를 못 잡는 산업은행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산업은행 매각 일정에 맞출 수 없는 대우건설 주가
대우건설 매각도 난항을 겪고 있다. 산업은행은 PEF(사모투자펀드)인 'KDB밸류제6호'를 통해 대우건설 지분 전량(50.75%)을 오는 10월까지 매각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이 짧은 기간 동안 대우건설의 주가가 급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대우건설의 주가는 27일(종가 기준) 7010원이다. 산은이 지난 2011년 대우건설을 매입할 당시 주가 1만8000원 선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최근 대우건설 마지노선 주가로 제시한 1만3000원 선과도 큰 차이가 난다.
대우건설은 최근 해외 부실 사업장을 중심으로 5030억원의 영업손실을 일거에 터는 '빅 배스(Big Bath)'를 단행했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 감사의견을 받으며 연초 액면가(5000원) 수준에 근접한 주가를 7000원 선까지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앞으로 반년 안에 대우건설의 주가가 1만3000원까지 급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대우건설의 강점으로 꼽히는 국내 주택·분양사업이 최근 입주물량 급증, 대출규제 강화 등의 요인으로 힘을 받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동 비중이 높은 해외건설 분야에서도 고전이 예상된다. 미국 금리인상, 최근 수년째 이어지는 저유가 기조 등의 요인으로 중동 일대의 건설경기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이 중동 이외 지역으로 발주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 해도 사실상 단기 주가 급등은 불가능하다.
산업은행이 지나치게 무리한 매각 조건을 내걸고 있어, 대우건설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대우조선, 밑빠진 독에 물 부어야 하는 상황
금융당국은 현재 대우조선이 초단기 법정관리(P-플랜)로 가기 전에 자율협약을 이끌어 낸다는 전략이다. 다음달 17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재조정에 동의해야만 3조원 규모의 신규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대우조선 회사채 28.9%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3900억원)이 최순실 게이트로 곤욕을 치른 바 있어 정부가 바라는 채무 재조정에 동의할지는 의문이다.
여기에 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해 최대 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은 충당금 폭탄에 울상이다. 두 은행의 위험은 전체의 90%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산은과 수은은 3조원에 달하는 추가 지원금을 1대1로 분담하고, 무담보 채권을 100% 출자 전환해야 할 상황이다. 정부 구조조정안대로라면 수은과 산은은 1조원이 넘는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해야 한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채무 재조정을 이뤄 신규자금을 지원받아 회생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라며 "P-플랜으로 가기 전에 채무 재조정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