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세월호는 이제 진도를 떠나지만, 마음 한구석엔 회한이"
2017-03-26 19:00
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 "세월호는 이제 진도를 떠나지만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고 9명의 미수습자가 귀환하는 것이 우리들의 첫째 바람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오롯이 껴안은 전라남도 진도 군민들은 한목소리로 "이제서야 차가운 바다에서 나오게 돼 정말 다행"이라면서도 진도도 이번을 계기로 아픔이 아닌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지역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26일 오전 진도 팽목항 선착장에서 어묵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김모씨(54)는 "희생자 가족과 추모객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미안하고 그들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세월호를 인양해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주말이면 관광버스로 붐볐던 거리는 텅 비었고, 최상품으로 인정받던 멸치와 미역, 다시마와 톳 등 청정해역에서 나는 특산품 거래는 끊겼다. 특히 진도군 경제를 지탱해 주던 관광 분야는 여전히 깊은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군민들은 말 못할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세월호 인양작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군민들은 손을 모아 9명의 미수습자 귀환을 고대하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렀던 진도실내체육관 입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업주 역시 미수습자를 걱정했다. 그는 "사고가 나자 현장으로 달려가 구조에 나섰던 어민들 상당수는 지금도 악몽을 꾸거나 눈물과 우울 증세를 보이고 있다"며 "어민들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자식 잃은 부모의 심정을 가늠하게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미수습자 유골이나 유품이라도 애타게 기다렸던 가족의 품으로 모두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진도가 새로운 희망을 맞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경기도 안산에서 팽목항을 자주 찾는다는 조은숙씨(52·여)는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던 세월호가 이제 가족 품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진도도 이번을 계기로 사람들의 시선도 밝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