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팀 깨진 민주당, 경선결과 유출 의혹에 발칵…5년 전 데자뷔
2017-03-23 16:41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발칵 뒤집혔다. 민주당의 대선 경선 현장투표 결과로 추정되는 자료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방위로 유포, 호남 경선(27일)을 앞두고 민주당으로서는 초대형 악재에 부딪혔다. 5년 전 모바일 투표의 불공정 경선으로 경선 보이콧 논란에 휩싸인 2012년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대선 경선의 데자뷔인 셈이다.
전국 250개 시·군·구 투표소의 현장투표를 마친 지난 22일 오후 6시 직후 경기·부산·광주·전남 지역의 후보별 득표율이 담긴 ‘출처 불명’의 엑셀 파일이 나돌았다. 이 파일에는 1만5000여명의 투표인단 투표 결과가 담겨 있었다. 이는 당일 현장투표에 참여한 전체 투표자 5만2000여명의 25~28%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집계되자, 각 후보 캠프 측은 23일 상대 진영의 고의 유출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사실상 내전에 돌입했다. 그간 ‘원 팀’을 강조해오던 60년 전통의 민주당이 난파선 위기에 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민주당은 이날 온종일 ‘벌집 쑤신 듯’ 뒤숭숭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홍재형)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통한 즉각적인 진상조사 착수 및 범죄 행위 시 형사고발 조치를 취하기로 했지만, 일부 캠프는 선관위원장 사퇴는 물론 경선 불복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당 차원에서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조사위를 꾸렸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만에 하나 진상조사위가 ‘특정 캠프 유출’로 결론 낼 경우 일부 캠프의 반발 및 불공정성을 고리로 경선 불복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판 자체가 깨질 수 있다는 얘기다.
◆文 “불가피” vs 安·李 측 “조직적”··· 경선 빨간불
여기에 문 전 대표 측이 경선 결과 유출에 대해 “불가피한 일”로 치부,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될 조짐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전북 전주시 도의회에서 전북지역 공약을 발표한 자리에서 “개표 참관인들이 있어 결과가 조금씩은 유출되지 않을 수 없다”며 “민주당의 축제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해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송영길 총괄선대본부장도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불가피한 일”이라고 말했다. 각 후보 캠프(총 4명)에서 한명씩 250개 투표소에 투입, 1000명의 참관인이 있는 만큼 유출 가능성이 예고됐다는 얘기다.
이에 이 시장 측 정성호 총괄선대본부장은 “조직적으로 노력하지 않고 어떻게 결과를 취합할 수 있겠냐”라며 “누가 이 선거의 공정성을 믿고 흔쾌히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지 상당히 의심스럽다”고 날을 세웠다. 이 사장 측은 당 선관위원장의 사퇴를 공식 요구했다.
안 지사 측 박영선 의원멘토단장은 문 전 대표 측 인사들이 이를 ‘지라시·가짜뉴스’로 규정한 데 대해 “이것이 가짜뉴스라는 것은 어떻게 알았을까. 이 부분에 대해 분명한 당의 입장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대선 경선 룰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당시 13개 순회 경선 중 첫 지역인 제주 경선 직후 모바일 투표의 불공정성을 제기됐다.
손학규·김두관·정세균 등 당시 비문(비문재인) 후보들은 경선 두 번째 지역인 울산 경선을 앞두고 보이콧을 내거는 배수진을 쳤다. 이들은 당시 긴급회의를 열고 모바일 투표의 ‘로그파일 확인 작업’ 등을 요구, 민주당 경선은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문 전 대표는 13연승에도 불구하고 빛바랜 승리에 그쳤다. 그해 대선에서 문 전 대표는 48.0%의 득표율로 석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