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하락 지속, 수출기업 피해 본격화

2017-03-22 18:08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 붕괴를 눈앞에 두고 수출업계의 피해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23.3원에 마감했다. 전일 1120.3원에 비해 3.0원 올랐으나,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해 연말 1200원대까지 상승했던 환율이 새해 들어 좀처럼 반등의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통상 상승 또는 하락 이후 3개월 내에 무역거래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선적하고 있는 물량이 지난해 말 계약한 것이기 때문에 이달부터 환차손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환율 1200원대에 한 계약이 1120원대까지 떨어진 만큼 피해 규모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하락은 우리 제품의 수출가격 상승을 유발하기 때문에 환차손과 가격 경쟁력 하락에 따른 주문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면서 “올해 들어 회복세로 전환된 수출이 다시 위축될 수 있다. 내수시장도 불황이라 내수 호재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다음달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당국의 시장 개입도 최소한 4월까지는 환율하락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심리적 마지노선인 1100원 붕괴 가능성도 가시화되고 있다. 수출기업들은 4월부터 하반기 수출 물량 계약 추진을 시작하는데, 환율 부담을 어떻게 감당해 내야 할지 부담이 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원·달러 가치가 10% 상승할 경우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평균 0.8%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자동차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도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완성차 5개사의 매출이 4200억원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대표 수출기업인 삼성전자는 원·달러 환율이 100원 떨어질 경우 3개월 안에 7000억원, 현대·기아차 3000억원의 분기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조업 호황기에는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원자재 수입가격이 떨어져 수출가격 상승에 따른 피해를 만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국내 제조업의 생산 감소가 눈에 띄면서 수출용 제품 생산에 사용할 원자재 수입량도 줄어 상쇄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중소 제조업체의 경우 대기업보다 환율 피해가 더 심각하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환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고, 번 돈을 모아둘 겨를 없이 운전자금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3개월 후 달러로 수출대금을 회수해 원화로 환전할 때 적잖은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원·달러 환율 하락의 수혜업종으로 구분되는 항공업계도 현재의 상황이 반갑지만은 않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 관광객 입국 감소의 영향으로 중국노선 일부 운항 중단 등을 결정하는 등 영업환경이 극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수출기업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면서 “기업들은 달러 부채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한편 외환시장 동향 모니터링, 환변동보험 활용을 통한 환위험 헤지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