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총수 일가, 신격호 “누가 날 기소했나” 되묻자 울음바다

2017-03-21 08:41
신 총괄회장, 법정서 지팡이 휘두르려 해…출석 30분 만에 퇴정
신동빈·신영자·서미경까지 이를 지켜보다 안타까움에 눈물

재계 5위인 롯데그룹총수 일가가 일제히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등장한 20일, 법정은 때아닌 눈물바다로 변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롯데그룹의 경영비리 관련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재계 5위인 롯데그룹총수 일가가 일제히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등장한 20일, 법정은 때아닌 눈물바다로 변했다.

지난해 10월 검찰의 '경영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롯데총수 일가의 수장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법정에서 "이 회사는 내가 100% 주식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나를 기소할 수 있느냐"고 따지면서부터다.

현재 롯데총수 일가를 이끌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해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과 함께 이날 오후 나란히 형사 재판을 받으러 법정에 출석한 그는 계속해서 설왕설래 했다.

재판장이 기본 인적 사항 등을 확인하는 인정 신문을 진행하자 "이게 무슨 자리냐"고 물었다.

신 총괄회장은 재판 내내 옆자리에 앉은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 등에게 질문을 던졌고, 신 회장은 그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응답했다.

재판장이 신 회장에게 "어떤 말씀을 하시는거냐"고 묻자 신 회장은 "누가 회장님을 기소했냐, 여기 계신 분들이 누구냐고 물으신다"고 답했다.

재판장은 신 총괄회장 측이 공소사실에 대한 부인 입장을 모두 밝히자, 신 총괄회장 측에 "퇴정해도 된다"고 허락했다.

그러자 신 총괄회장은 변호사에게 "책임자가 누구냐. 나를 이렇게 법정에 세운 이유가 무엇이냐"고 거듭 물었다.

신 총괄회장과 대화를 나눈 변호사는 재판부를 향해 "이 회사는 내가 100% 가진 회사다. 내가 만든 회사고, 100% 주식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나를 기소할 수 있느냐. 누가 나를 기소했느냐"라며 그의 말을 대신 전달했다.

이에 재판장은 "나중에 설명해달라. 그 정도 말씀이면 퇴정해도 될 듯하다"고 그의 퇴정을 거듭 허락했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은 휠체어 밖으로 발을 내딛으며 퇴정을 거부했다. 주변에서 "(재판부가) 회장님 설명을 들으실 겁니다"라고 설득해도, 들고 있던 지팡이를 휘두르려 하기도 했다.

신 총괄회장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롯데총수 일가는 일제히 눈물을 흘렸다. 특히 신동빈 회장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딸인 신영자 이사장과 '사실혼 관계'인 세번째 부인 서미경씨도 내내 눈시울을 붉혔다. 가족들 모두 코까지 빨개질 정도였다.

결국 신 총괄회장은 법정 출석 30분 만에 먼저 자리를 떠났다.

한편 올해 만 95세의 고령인 신 총괄회장은 기억력 장애 등이 있어 정상적인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상태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8월 서울가정법원도 그가 질병이나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태로 판단, 한정후견(법원이 정한 범위 내에서 후견인이 의사 결정을 대신 함) 개시 결정을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