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구글이 검색 분야에서 1위를 잡지 못한 몇 안 되는 나라가 한국입니다. 그 한국에서 1위를 차지한 검색 포털이 바로 네이버입니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대표는 지난 2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7’ 기조연설에서 전 세계 검색 시장을 장악한 구글이 한국 시장에선 유난히 고전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네이버의 검색기술을 앞세웠다.

이데자와 대표가 네이버의 검색기술을 꺼내든 이유는 이날 선보인 인공지능(AI) 플랫폼 ‘클로바(Clova)'와 그것을 탑재한 디바이스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네이버의 검색과 라인의 메신저가 제공하는 풍부한 데이터와 콘텐츠는 AI의 핵심기술 딥러닝(심층학습)에 필요한 빅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라인은 AI 플랫폼 ‘클로바’를 탑재한 제품들의 허브가 될 ‘클로바 앱’과 AI 스피커 ‘웨이브(Wave)'를 올여름에 한국과 일본에서 먼저 출시하고, 겨울에는 ’페이스(Face)'라는 스마트 디스플레이를 선보인다.

이제까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온 라인이 하드웨어까지 손을 뻗은 이유는 인터넷이 PC에서 모바일로 이행한 것처럼 오감(눈, 코, 입, 귀, 손)을 활용한 AI로 패러다임이 다시 한 번 옮겨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클로바‘의 핵심은 ’클로바 인터페이스‘와 ’클로바 브레인‘으로 구성된다. 인간의 오감에 해당되는 ’클로바 인터페이스‘는 귀와 입이 될 ’클로바 보이스‘, 눈 역할을 하는 ’클로바 비전‘으로 나뉘는데, 음성인식·음성합성·영상인식·안면인식을 수행한다. 향후 장기적인 관점에서 코와 손에도 대응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구글은 네이버에 앞서 음성인식 AI 비서 ‘구글 어이스턴트’를 선보였다. 지난해 11월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된 ’구글홈‘을 미국에서 출시했으며, 구글의 메신저 ‘알로(Allo)', 구글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픽셀‘, LG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G6‘에도 탑재됐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네이버가 검색 서비스를 통해 축적한 데이터와 비교할 수 없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축적한다. 전 세계에 제공하는 구글 검색 서비스와 전 세계 80% 이상의 스마트폰 기본운영체제(OS)로 자리 잡은 안드로이드를 통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끌어 모으고 있다.

‘구글 어시스턴트’의 최대 강점은 예컨대 김연아 선수의 나이를 물으면 “26세”라고 대답해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이후 대화에 등장하는 ‘그녀(She)'라는 대명사를 김연아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대화 속에 등장한 ’그녀, 그’ 가 누구인지를 특정할 수 있는 기술의 보유는 구글이 유일해 보다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다. 
 
후발주자인 이데자와 대표는 구글이 선점한 AI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자신한다. 그는 기조연설에서 그 이유를 △라인의 커뮤니케이션기술 △네이버의 검색기술 △네이버와 라인의 콘텐츠와 서비스 △풍부한 데이터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라인과 네이버가 메신저와 검색이라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경쟁이 치열한 영역에서 한국,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던 것은 높은 기술력과 현지 문화와 관습, 사용자의 요구를 철저하게 서비스화하는 로컬라이즈(현지화) 전략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IT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성공한 구글홈과 아마존 에코가 아직 한국어와 일본어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이 한국과 일본 시장에 진출하기 전에 AI 스피커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