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OUT"…광화문 거리극장 '블랙텐트' 해체
2017-03-20 06:00
71일간의 여정 마치고 지난 18일 철거…"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분노한 연극인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광장극장 '블랙텐트'가 71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해체됐다.
블랙텐트 운영위원회는 지난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과보고, 선언문 낭독 등에 이어 텐트 철거를 진행했다.
이날 이해성 블랙텐트 극장장(극단 고래 대표 겸 연출)은 "블랙텐트는 1차 목표였던 박근혜 퇴진을 완수하고 해체되지만, 남아있는 적폐를 국정조사 등을 통해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블랙텐트 정신은 오늘로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맞았다"고 밝혔다.
이날 해체식에 함께한 연극인 50여명은 "광장극장이 내세웠던 연극의 공공성과 극장의 공공성, 예술의 공공성은 촛불시민이 열어놓은 새로운 시대에 재정립될 국공립극장에서 구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랙텐트가 향후 어떻게 운영될지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 다만, 지난 16일 개최한 공개 토론회를 시작으로 연극인을 포함한 '예술인 포럼'을 발족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연극인 텐트 등 광화문 캠핑촌은 오는 25일까지 해체할 예정이다.
실제로 광화문을 뜨겁게 데웠던 연극인들의 저항정신은 대학로로 번지고 있다. 아르코 극장 앞에서는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장 사퇴를 위한 1인 시위가 계속되고 있고, '혜화동1번지' 6기 동인은 '2017 봄 페스티벌'의 화두를 '파업'으로 정했다. 오는 23일 열릴 연극인 연석회의에서는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와 대안 마련 등을 주제로 한 토론도 진행될 예정이다.
블랙텐트는 지난 1월 10일 블랙리스트와 예술 검열 등에 저항하는 연극인들이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거리극장으로, 그동안 '시민과 함께하는 임시 공공극장'을 표방하며 세월호 희생자, 일본군 위안부, 해고노동자 등을 대변하는 연극을 선보여 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공연은 계속된다'는 것을 기치로 내걸었던 블랙텐트는 1월 16일 개막공연 '빨간시'부터 탄핵 선고 전날인 지난 9일 '봄이 온다'까지 400여 명의 예술가가 참여해 총 72개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