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TV용 패널 세계 1위 LGD의 산실... 파주 공장을 가다

2017-03-19 10:05

경기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연구원들이 나노셀 TV에 적용되는 편광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아주경제 유진희(파주) 기자 = “지속적인 창조와 혁신, 도전으로써 세계 1등을 끝까지 지켜달라.”

2006년 4월 LG디스플레이의 ‘혁신의 산실’인 파주 생산공장(P7) 준공식에 직접 참석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격려사에서 “LG디스플레이(당시 LG필립스LCD)의 P7 준공은 한국의 미래를 상징하는 축복된 자리라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당부했다.

그로부터 11년 후인 2017년 3월, LG디스플레이의 위상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LG디스플레이의 최근 실적이 이를 증명해준다. △세계 최초로 대형 LCD(액정표시장치)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생산 누적 15억대 돌파 △TV용 패널 부문 세계 시장 점유율 21.4%(지난해 기준)로 세계 1위 △세계 최초 개발해 양산하고 있는 OLED와 나노셀로 프리미엄 패널 시장 주도 등이 대표적인 예다.

◆파주사업장 빠르게 자리잡으며 비약적 성장
LG디스플레이가 이 같이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구미사업장과 더불어 파주사업장이 빠르게 자리 잡아 글로벌 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군사분계선과 직선거리로 불과 9km 떨어져있는 파주사업장은 준공될 당시 P7(7세대 공장)을 주축으로 7000여명의 직원이 월간 6만장 정도의 패널을 생산했다. 현재에는 151만㎡(51만평) 규모의 대지에 LCD 생산라인인 P9과 P8(8.5세대 공장)을 비롯해 OLED 생산라인(E3, E4)과 모듈 공장, R&D(연구개발) 센터 등의 시설이 들어차 있다. 직원은 1만5000명으로 처음 지어졌을 때보다 배 이상 늘었다. 자동화 등으로 생산의 효율성도 높아져 P7에서만 월간 24만장의 LCD 패널이 만들어진다. 세계 곳곳에서 쏟아지는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공장은 365일, 24시간 가동된다.

파주사업장에서 일하는 한 관계자는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이 지역은 전방 부대가 밀집한 군사지역이었다”며 “그러나 파주사업장 조성 이후 최첨단의 시설을 자랑하는 ‘세계 디스플레이의 메카’가 됐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의 차세대 LCD인 나노셀 제조 공정을 보기 위해 기자들이 지난 17일 찾은 파주사업장은 대도시에 있는 공단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의 위용을 자랑했다. 높이 60m를 넘는 거대한 규모의 패널 생산공장(P7과 P8)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크고 작은 건물들은 거대한 ‘요새’를 연상케 했다.

이날 기자들에게 유일하게 공개된 곳은 P7 공장이었다. 파주사업장 내 모든 시설은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디스플레이를 배치하는 것조차 고유의 기술로 여겨져 해당 시설의 노출을 극도로 꺼린다고 알려졌다.

가로 205m, 세로 213m로 세계 최대의 연면적(30만7000㎡)을 자랑하는 P7 공장은 총 7층으로 높이가 62m에 달한다. 일반 아파트 20층보다 높은 것이다. 증착장비와 노광기(반도체 등에 회로를 그려주는 장비) 등 각종 설비의 크기가 십여 미터에 이르기 때문이다. 일례로 노광기 하나의 크기만 높이 5m, 길이 15m에 달하며 '클린룸(Clean room)'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라인 상하로 공기가 순환되는 별도의 공간도 필요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디스플레이 공장 한 층의 높이가 일반 아파트 4~5개 층과 비슷하다.

이곳의 내부는 사람들로 북적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자동화된 로봇들의 팔만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 옆에서는 디지털 노광기가 가동되고 있었다. 무인화 공정률이 70% 수준인 이곳은 웬만한 작업이 자동화 시스템으로 돼 있었으며, 이를 조작하는 사람들은 공장 1층에 마련된 원격조정실에서 대부분 일하고 있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파주공장에 있는 대부분 직원이 후공정에 해당하는 모듈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클린룸이 갖춰져 있는 P7와 P8 공장에는 로봇팔 등 각종 자동화 설비로 한 공장에 20~30명의 직원만으로도 가동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P7 이후에 준공된 P8과 P9의 경우 무인화 공정률이 80% 수준까지 높아져 복도가 점차 좁혀졌다”며 “사람이 많이 들어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며, 그만큼 먼지가 유입될 가능성도 적어진다”고 설명했다.

P7 공장에서 1950㎜×2250㎜ 크기의 유리기판을 TV 용도에 맞게 자르고, (컬러 필터와 반도체 막이 각각 쌓인) 두 장의 유리기판 사이에 빛의 투과율을 조절하는 액정(Liquid Crystal)을 넣으면 LCD 패널이 된다. 이곳에 편광판과 각종 회로 등을 부착하면 LCD 모듈이 완성된다.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프리미엄 패널 나노셀과 OLED로 시장 주도권 강화
LG디스플레이는 최근 나노셀을 편광판에 직접 적용해 프리미엄 패널 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 ‘나노셀’은 LCD 패널 위에 약 1나노미터(nm) 크기의 미세 분자구조를 덧입힌 기술이다. 색의 파장을 나노 단위로 더욱 정교하게 조정해 보다 많은 색은 한층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로, 지구의 크기를 1미터라고 가정할 때 축구공 하나의 크기가 1나노미터 정도다.

나노셀은 순도 높은 빨강, 초록, 파랑 등 각각의 빛을 낼 수 있도록 해준다. TV는 이 3원색을 섞어 다른 색을 표현하기 때문에 빨강, 파랑, 초록의 순도가 높을수록 표현할 수 있는 색의 범위가 넓어지고 색의 정확도도 높아진다. 기존 LCD TV는 빨간색의 고유한 색 파장에 노란색이나 주황색 등이 미세하게 섞여, 실제와 다른 빨간색으로 표현될 수 있다.

특히 LCD TV의 경우 구조상 시야각에 따른 색 왜곡이 필연적으로 발생 하는데 나노셀TV는 화면을 정면에서 볼 때와 60˚ 옆에서 볼 때 색 재현력과 색 정확도의 차이가 없다.

이밖에도 나노셀은 양산성과 원가 측면에서도 뛰어나다. 이러한 강점 때문에 중국의 TV 제조업체 스카이워스, 콩카 등으로부터 나노셀 디스플레이의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고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LCD TV의 경우 구조상 시야각에 따른 색 왜곡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데 나노셀TV는 화면을 정면에서 볼 때와 60˚ 옆에서 볼 때 색 재현력과 색 정확도의 차이가 없다”며 "게다가 기존 편광판 대신 나노셀이 적용된 편광판을 사용해 공정을 추가하거나 제품설계를 변경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1조8400억원을 투자해 P9 공장 옆에 P10 공장도 세우고 있다. 2018년부터 가동될 것으로 예상되며 9세대 이상 초대형 OLED 패널과 플렉서블 OLED 패널이 만들어진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나노셀과 OLED 패널을 통해 프리미엄 패널 시장의 주도권을 공고히 해나갈 것”이라며 “이번에 짓는 LCD 생산공장(P10)은 향후 수요 변동에 맞춰 OLED 라인으로 전환해 장기적인 수요 증가에도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