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4개월 만에 검찰 재소환…SK, 긴장감 속 의혹 소명 기대
2017-03-18 15:30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조사를 앞둔 가운데 18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대상으로 소환 조사에 들어갔다.
이로써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검찰에 소환된 데 이어 4개월 만에 두 번째 조사를 받게 됐다.
검찰이 오는 21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최 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는 최 회장을 참고인 성격으로 소환하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에 앞서 지난 16일 김창근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김영태 전 커뮤니케이션위원장(부회장),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 등 3명을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번 조사로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의혹들이 소명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는 상황이다.
검찰은 SK그룹이 최 회장의 특별사면을 비롯해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위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것으로 보고 있다.
SK그룹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111억원을 출연한 시점은 2015년 말이다. 이들 재단에 대한 SK그룹의 출연 이후 K스포츠재단이 80억원 추가 출연을 요구했지만 SK그룹은 이를 거부했다. 최 회장은 이에 앞서 같은 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됐다.
SK그룹 관계자는 "당시 광복절 특사는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며 "당시 최 회장은 재계 총수 중 가장 긴 2년 7개월을 복역해 석방에 대한 여론도 높았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 재단에 대한 출연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할당한 비율에 맞춰낸 준조세 성격의 자금"이라며 "대가성이 있었다면 비율에 맞춰서 냈겠나"라고 덧붙였다.
특히 검찰 측은 최 회장 사면 직전에 김창근 전 의장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와 2015년 8월 김영태 전 부회장이 최 회장을 면회하면서 대가성을 암시하는 대화를 나눈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창근 전 의장은 당시 안 전 수석에게 "하늘같은 은혜 영원히 잊지 않고, 최태원 회장과 모든 SK 식구들을 대신해 감사드린다"고 문자를 보냈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 회장의 사면 며칠 전 김영태 전 부회장이 "왕 회장이 귀국을 결정했다. 우리 짐도 많아졌다. 분명하게 숙제를 줬다"고 말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를 두고 '왕 회장'이 박 전 대통령, '귀국'은 사면, '숙제'는 그 대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SK그룹 측은 이에 대해 최 회장의 사면 사실이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인 데다 통상적인 감사의 의미라는 입장이다.
SK 관계자는 "김창근 전 의장의 문자메시지는 사면이 결정된 이후 통상적인 감사의 의미로 보낸 것"이라며 "김영태 전 부회장의 면회 당일 오전에는 이미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려 일부 언론에 최 회장의 사면 보도가 나왔기 때문에 사면을 사전에 알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언급된 '숙제'의 의미는 출연금이 아니라 경제살리기에 대한 책임감을 말한다"며 "실제 최 회장은 사면 이후 사면 취지에 따라 경제 살리기를 위해 대규모 투자 계획 등을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SK그룹 측은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최 회장이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 독대 당시 청탁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하고 있다.
SK 측은 "실제로 청탁을 했다면 면세점 사업권 심사에서 세 차례나 떨어졌겠나"라며 "독대 당시 청탁이 있었다면 그로부터 보름 뒤 K스포츠재단 인사들이 SK그룹을 찾아와 요청한 추가 출연도 거절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SK그룹은 최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 이후 오히려 면세점 선정 관련 규정이 더 불리하게 변경됐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최 회장의 사면 관련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조사로 세간의 의혹들이 충분히 소명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