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어 사우디 국왕까지...실세 독대하는 '손정의 파워' 비결은?
2017-03-15 15:46
'114조원 펀드' 통해 사물인터넷·AI 인프라 구축 계획 확인
살만 사우디 국왕에 로봇 '페퍼' 선물하며 우정 과시
트럼프·푸틴 등 지도자와 동행 비결 "'300년 기업' 장기 목표·거침없는 투자"
살만 사우디 국왕에 로봇 '페퍼' 선물하며 우정 과시
트럼프·푸틴 등 지도자와 동행 비결 "'300년 기업' 장기 목표·거침없는 투자"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일본을 방문 중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과 만나 경제 계획에 대한 회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인이 아닌 기업인으로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살만 국왕과 독대를 이어가는 '손정의 파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지난해부터 추진한 '114조 규모 펀드' 확인..."사물인터넷·AI 인프라 구축"
마이니치신문 등 현지 언론이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손 사장은 알만 사우디 국왕과 14일 일본 도쿄 내 호텔에서 만나 25분간 회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알만 국왕이 이번 방일 과정에서 일본 재계와의 만남을 계획한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특정 기업인과 자리를 마련한 것은 이례적이다.
손 사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구체적 사항은 마련되지 않았지만 소프트뱅크와 사우디는 앞으로 대형 투자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손 사장 측이 알만 국왕에게 환영의 의미로 인간형 로봇 '페퍼'를 선물한 데 대해 알만 국왕은 "멋진 밤이었다. 향후 관계에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 계획은 지난해 9월 사우디의 제2왕위 계승자인 무하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이미 잠정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신문에 따르면 당시 손 사장은 러·일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로 출국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동행하기로 돼 있었지만 대(對)사우디 투자를 위해 총리와의 동행을 취소해 화제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 사장이 기업인 자격으로서 세계 지도자와 독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인이던 지난해 12월에는 뉴욕에 있는 트럼프 타워를 찾아 단독 회담을 가졌다. 당시 손 사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적극적으로 기업 규제를 완화한다고 밝혔다"며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은 향후 4년간 500달러(약 58조 5500억 원) 규모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손 사장은 그때까지 트럼프 당선인과 일면식이 없었지만 트럼프를 알고 있는 지인을 통해 '트럼프와의 면담' 일정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제조업과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첫 의회 연설에서 소프트뱅크의 투자 계획을 다시 언급하면서 외국인 투자 효과를 강조했었다.
이밖에도 지난해 1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본 경단련을 방문했을 당시 손 사장이 친근하게 말을 걸면서 어깨동무한 모습이 TV를 통해 중계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5일 "세계 지도자들과 친근한 관계를 만드는 손 사장의 비결은 '300년 대계'를 목표로 정치력 대신 과감한 투자를 택하는 방식이 통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앞서 손 사장은 지난 2010년 소프트뱅크를 300년간 존속할 수 있는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향후 IoT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암(ARM)을 인수하겠다고 밝힌 이유기도 하다. 당시 외신들은 "한 가지 사업에 의지하면 시대의 변화에 뒤처진다"는 손 사장의 과감한 투자 행보에 주목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또 "지난 1998년에는 빌 게이츠와 함께 청와대를 방문해 외환위기를 맞은 한국 상황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광대역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며 "한국은 이후 전국에 초고속 통신망을 정비하고 광대역 선진국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치적 관계에 기대기보다는 투자 가능성을 먼저 판단하는 데 손 사장 구상"이라며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전력 수급 사업에 대해 고민하던 손 사장은 몽골의 풍력과 인도의 태양광, 러시아의 수력 등을 아시아에 수급한다는 이른바 '아시아 슈퍼 그리드'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고 전했다.